명나라 시절 강서성에 사는 주1 장영의 아들 박(博)은 인품이 총명 강개하고 활달 정미하였다. 풍년에 곡식을 쌓아두었다가 흉년에 굶주린 백성들을 구제하니 칭송이 자자하였다. 박은 늦게서야 아들 정서와 딸 난영을 얻는다. 그러나 먼 친척인 장굉과 함께 여행하던 중, 박이 가진 진주를 탐내던 굉에 의하여 박은 독살된다.
정서와 난영이 함께 공부하다가, 정서는 다시 백록서원을 찾아가 공부한다. 정서는 그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무기(武冀)를 만나 누이 자랑을 하면서 누이의 장래를 부탁하겠다는 언약을 한다. 정서는 과거를 보기 위하여 상경하다가 양순무의 딸 국영을 만나 백년가약을 맺는다.
정서와 남장한 난영이 과거에 장원과 부장원을 하니, 황제가 정서를 벽옥공주의 부마로, 난영을 진왕의 딸 금란군주의 군마로 간택하려고 한다. 정서는 양 소저와 이미 약혼하였다고 거절하고, 난영은 술사로 하여금 자신의 명이 짧다고 아뢰어 황제가 퇴혼하도록 한다.
한편, 국영은 부모의 승낙 없이 정서와 약혼하였다 하여, 아버지의 노여움을 사 집에서 쫓겨나게 되고 정서의 숙부 집으로 가서 머무른다. 그녀는 그곳에서 유원외의 딸 수영을 만나 의자매를 맺는다.
국영과 수영이 남복하고 정서를 찾아 상경하였다가 과거를 본다. 국영이 장원, 수영이 부장원으로 급제하자 황제가 또 그들을 부마와 군마로 간택하려고 하였다. 그들은 신원을 밝혀 황제를 속인 죄를 사하여 달라 하고 정서와의 관계를 아뢴다.
이에 황제는 과거에 급제한 장곤산의 두 아들을 부마와 군마로 삼고, 정서로 하여금 국영과 수영을 취하게 한다. 정서의 누이 난영은 무기와 혼인하니, 국영 · 수영 · 난영 · 벽옥 · 금란 등 다섯 미인이 자매의 의를 맺는다. 만년에 천하가 대란하고 도적이 봉기하자 정서는 주2을 거느리고 속세를 떠나 무릉도원으로 들어가 여생을 보낸다.
「무릉도원」은 재자가인(才子佳人) 소설인 청대(淸代) 중국 소설 「백규지(白圭志)」의 번역본으로, 20세기 초부터 소설이 활판 인쇄를 통해 대량으로 제작되면서 고소설 독자가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 독자에게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려는 의도로 번역되었다. 전반적으로 원작을 충실히 번역하고 있으면서도 원제목과 다른 제목을 붙이고 ‘일명오미인(一名五美人)’이라는 부제를 단 것도 그런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다만, 독자의 취향을 고려하여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선악의 극단화나 완벽한 주인공 설정 등의 주3가 이루어지지 않아 재판(再版)에 그친 작품이 되었다.
늦은 나이에 꿈을 꾸고 주인공을 낳는 출산 관련 화소나 여성 주인공들의 남장(男裝) 화소 등은 한국의 고전소설에서도 관습적으로 나타나는 화소로서, 중국 소설과 한국 소설의 영향 관계를 구체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특히 남주인공 정서 주변의 여성 인물들이 의형제를 맺는 것이나 여주인공의 시비까지 남주인공의 첩이 되는 것은 「구운몽」과 상당히 유사한 설정이다. 다만, 원작 「백규지(白圭志)」 결말부에서 정서가 가권을 거느리고 난을 피해 돌아간 곳이 고향으로 되어 있는 데 비해, 「무릉도원」에서는 무릉도원을 찾아 들어간 것으로 변개되고 있다. 그래서 「구운몽」에서 만년의 양소유가 주4을 거느리고 도교적 이상 공간이자 은거 공간인 종남산 취미궁으로 퇴거한 것과 더 친연성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