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는 내고(乃古). 경남 진주 출신. 진주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진주농업학교를 다니던 중 1920년에 경도(京都)로 건너가 다치카와미술학원[立川酸雲美術學院]에서 수업을 받았다.
1923년에는 일본 경도시립회화전문학교(京都市立繪畵專門學校)에 입학하였다. ‘근대경도파(近代京都派)’의 기수인 다케우치[竹內栖鳳] · 무라카미 가가쿠[村上華岳] 등으로부터 고전과 근대 기법의 결합을 시도하는 신일본화(新日本畵)를 배웠다.
일본에서 1945년 귀국할 때까지 명랑미술전(明朗美術展) · 신미술인협회전(新美術人協會展) · 일본미술원전(日本美術院展) 등을 중심으로 활약하였다. 광복이 되자 고향인 진주로 내려가 작품 활동을 하였다. 1963년 경상남도문화상을 수상하였다. 1967년 서울로 올라와 홍익대학교와 경희대학교에 출강하면서 미술 활동을 하였다.
1974년에 다시 일본으로 갔다. 이 때 동경(東京)에 거주하면서 일본미술원전의 회원이 되었고, 3차례의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1977년 귀국과 동시에 진화랑에서 개인전을 열어 관심을 받기 시작했으며, 1981년 백상기념관(百想記念館)과 1984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전시를 통해 한국화단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1982년 인도의 성지를 순례하면서 뉴델리인도미술협회에 초대되어 초대전을 열었다. 1985년 파리 그랑팔레 르 살롱전에 특별 초대되었다. 1985년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고, 1986년 호암갤러리에서 1주기 회고전이 대대적으로 개최되었다.
그의 회화 양식의 변천은 4기로 구분할 수 있다. 1기는 1950년대 후반기까지의 수련기, 2기는 1950년대 후반부터 1974년까지의 추상화 시기, 3기는 1974년부터 1977년까지의 2차 도일 시기(渡日時期)로 다시 구상(具象)으로 전환하여 일본화의 평면적이고 장식적이며 감각적인 성향을 보이던 시기, 4기는 1977년 이후 한국적인 소재의 추구 시기이다.
그의 회화는 4기에 이르러서야 절정에 이르고 있다. 초기의 일본화적 경향에서 탈피하여 우리나라의 샤머니즘 · 불교 설화 · 민화 · 역사 소재 등을 주제로 삼아 폭넓은 정신세계를 전통적인 색채로 표현하였다. 그래서 한국적 회화를 현대적 조형성으로 효과적으로 표현하였다.
따라서 그의 미술사적 위치는 우리나라의 채색화 부분에 새로운 가능성과 활로를 제시하였다. 또한 우리나라의 역사적 주체성을 회화로서 표현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대표작으로는 「무당(巫堂)」(1981년) · 「무속(巫俗)」(1983년) · 「청담대종사」, 「토함산해돋이」(1984년), 「명성황후」(1984), 「전봉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