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려의 본관은 진주(晉州), 자는 대여(大汝), 호는 백헌(栢軒). 김익해(金翼海)의 아들이며, 어머니는 광산김씨로 김광하(金光夏)의 딸이다. 김중려는 일찍이 경전과 제가(諸家)의 책을 즐겨 읽었는데, 특히 『심경(心經)』에 몰두해 성리(性理)의 깊은 뜻을 터득하였다.
이 책은 편집·간행 연도를 알 수 없지만, 1905년 기우만(奇宇萬)이 찬(撰)한 묘갈명이 수록된 것으로 보아 그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권두에 기정진(奇正鎭)의 서문과 권말에 최익현(崔益鉉)의 발문이 있다.
3권 1책. 목활자본. 연세대학교 도서관 등에 있다.
권1에 천인심성합일도(天人心性合一圖)·심경차기(心經箚記), 권2에 시 24수, 권3에 부록으로 만사 7편과 가장(家狀)·묘갈명 등이 수록되어 있다.
「천인심성합일도」는 태극(太極)과 심성(心性)을 상반(相反)·융합(融合)의 논리로 조합하여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사상 체계를 도식화한 것이다. 「심경차기」는 정복심(程復心)의 「심학도(心學圖)」에 대해 심(心)과 경(敬)의 상세한 도설(圖說) 및 자신의 견해를 추가하여 설명한 글이다.
『심경』의 제1편에서는 인심(人心)·도심(道心), 제2편에서는 성의(誠意), 제3편에서는 격치(格致), 제4편에서는 양심(養心)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각 편마다 필요한 도식과 함께 제가(諸家)의 설을 인용해 자기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특히 제4편의 양심에 관해서는 주자(朱子)의 고제(高弟)인 황간(黃幹)의 말을 많이 인용하고 있음이 주목된다.
시는 비록 편수는 적으나 모두 수준 높은 격조(格調)를 유지하고 있다. 그 가운데 「유거(幽居)」 2수는 은일적(隱逸的)인 기분을 토로함과 동시에 격물(格物)·함양(涵養) 등 이학적 사변(思辨)을 내포하고 있다.
「영죽(詠竹)」은 대나무의 기절(氣節)을 서정적 감흥을 곁들여 찬미한 것이다. 「초추(初秋)」는 초가을 경치를 노래한 산수시로 계절적인 감각이 두드러진다. 「독심경고시(讀心經古詩)」는 『심경』의 편자인 진서산(眞西山)을 문명성(文明星)에 비유하여 찬양한 시이다.
이 밖에 차운(次韻)·증별(贈別)류에서도 저자의 고상한 의경(意境)과 감회가 표현되어 있다. 저자의 시는 성률(聲律)이 엄격하며, 영물(詠物)·서경(敍景)에 있어 색감(色感)이 두드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