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의 제도(濟度)를 수행과 밀착시킨 이 계는 『보살지지경(菩薩地指經)』·『우바새계경(優婆塞戒經)』·『범망경( 梵網經)』·『보살영락본업경(菩薩瓔珞本業經)』 등에서 설해지고 있으며, 각각 조금씩 다른 계상(戒相)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 나라에서 많이 행하여졌던 것은 『보살지지경』에서 설한 유가계(瑜伽戒)와 『범망경』의 범망계(梵網戒)이다. 유가계에서는 섭률의계(攝律儀戒)라고 하는 삼취정계(三聚淨戒)·섭선법계(攝善法戒)·섭중생계(攝衆生戒)를 보살계로 삼고 있다.
이 중 섭률의계는 승려와 신도들이 지키는 비구계·비구니계·정학녀계(正學女戒)·사미계·사미니계·신사계(信士戒)·신녀계(信女戒)와 보살이 지키는 4바라이법(四波羅夷法)과 42범사(犯事)로 구성되어 있다. 이 보살계는 법상종(法相宗)을 중심으로 널리 행하여졌다.
법망계에는 10중계(重戒)와 48경계(輕戒)가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 지금까지 가장 널리 수계되고 있는 계이다. 10중계는 10바라이라고도 하며, 이 계를 범하였을 때에는 즉시 파문(破門)을 당하게 되는 가장 엄중한 계율이다. 48경계는 ‘술을 마시지 말라’ 등 가벼운 계율이다.
우리 나라 고승들 중에서 원효(元曉)는 『보살계본지범요기(菩薩戒本持犯要記)』를, 의적(義寂)은 『보살계본소( 菩薩戒本疏)』를, 대현(大賢)은 『범망경고적기(梵網經古迹記)』를, 승장(勝莊)은 『보살계본술기(菩薩戒本述記)』를 저술하여 이 보살계의 유포에 크게 공헌하였다.
또한 고려시대에는 매년 6월 15일에 정기적으로 궁중에서 보살계도량(菩薩戒道場)을 열어 국왕이 보살계를 받고 스스로 불제자임을 다짐하였으며, 조선시대를 거쳐 오늘날에도 계단(戒壇)이 설치된 큰 사찰에서는 매년 보살계를 주는 수계식이 행하여지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여자불교신자인 청신녀(淸信女)를 보살이라 부르는 것도 그들이 보살계를 받아 지켰기 때문이다.
이 보살계가 소승계(小乘戒)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소승계가 하나하나의 계상 자체를 철저히 지킬 것을 고집하는 데 대하여, 보살계는 계상의 준수보다는 마음에서부터 잘못을 범하지 않는 자심계(自心戒)를 중요시하는 점이다.
즉, 깨끗하여 더러움이 없고 집착이 없는 마음을 가지는 자체가 부처의 마음과 계합하게 되는 것이라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따라서, 살생에 대해서도 소승계의 경우는 생명 있는 것을 직접 죽이는 것으로 보지만, 보살계에서는 남의 생명을 죽이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생명을 스스로 죽이는 행위, 마음으로 살의를 품는 것조차 금하고 있다.
따라서, 보살계는 마땅히 불성(佛性)의 효순자비심(孝順慈悲心)으로 항상 모든 중생을 돕고 일체에 복과 즐거움을 나게 하며, 스스로 만족을 알아서 허욕을 부리지 않게 하는 데 그 뜻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취지가 가장 잘 부합하여 만들어진 것이 밀교(密敎)의 보살계이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진언종과 진각종 등의 일부 종파를 제외하고는 크게 유통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