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민사상은 특정 민족이 신이나 신적 존재에 의해 선택되고 구원된다는 종교사상이다. 선민의식이라고도 한다. 넓게는 다른 집단·민족에 비해 자신들이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세속적인 사상이나 신념도 포함한다. 집단이나 민족이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고 보존한다는 차원에서는 보편적인 것이다. 하지만 배타적인 성격이 강할 때는 인류 평화의 위협요소로 작동한다. 고대 건국신화는 대체로 선민사상을 토대로 하는데, 단군신화도 한민족이 천제의 후손임을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홍익인간·이화세계의 이념을 제시하고 있어 배타적이고 정복적인 선민사상과는 구별된다.
넓은 의미로는 다른 집단이나 민족에 비해 자신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세속적인 사상이나 신념도 포함하면서 집단이나 민족의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고 보존한다는 면에서 보편적 사상이다. 그렇지만 선민사상의 강약이나 타자(他者)의 인정 유무(有無)에 따라 그 차이가 적지 않다.
‘선민’이라는 용어는 기독교 성서에 나오는 ‘암 세굴라’(⁽am segullah: 귀한 백성)와 ‘암 나할라’(⁽am nahallah: 상속받는 백성)의 번역어이다. 자신들이 믿는 신에게서 특별히 선택받은 선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사회 계급이 발생한 청동기 시기에 이미 선민사상을 바탕으로 한 민족기원신화나 건국신화가 등장하였다. 자신이 사는 땅을 ‘세계의 배꼽’, ‘세상의 중심’, ‘태양의 아들’, ‘해가 뜨는 곳’이라고 하거나, 자신의 민족이나 집단은 세상을 창조하고 지배하는 최고신의 후손이라고 하는 등 자신들을 스스로 신성화하였다.
고대 제국의 형성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선민사상들이 등장하였다. 그리스 로마제국의 사람들은 자신을 문명인이라 여겨 주변 민족들을 야만인을 뜻하는 ‘바바리안’으로 불렀으며, 고대 중국인들은 자신의 왕은 하늘의 아들(天子)이고 자기들이 사는 땅은 중원(中原)라고 하였으며, 주변 민족들을 모두 오랑캐라고 비하하였다.
18세기 계몽주의 이후에 선민사상은 민족국가의 이데올로기인 민족주의의 기초가 되기도 하였으며,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에는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적 도식을 전 세계로 확산시켜 문명의 서구가 야만의 비서구를 정복하고 지배하는 것을 정당화하기도 하였다.
현대 세속사회에서도 특정 집단이나 계층을 진리의 이름으로, 혹은 악의 축으로 인식하여 배제하거나 탄압하고 있으며, 종교에서는 자기 민족을 성화(聖化)하는 민족종교나 자신들만이 절대 진리를 가지고 있다는 종교근본주의 형태로, 인종에서는 특정인종의 우월주의로, 국가에서는 맹목적인 애국주의로, 특정 집단이나 계층에서는 엘리트주의로 나타난다.
선민사상의 전형은 유대교의 이스라엘 민족에서 볼 수 있다. 이스라엘 민족이 하느님에게 충성하고 그의 계명을 따르면, 신은 그 대가로 그들을 지켜주고 축복한다는 신과의 계약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신의 선택은 특권을 누린다는 것을 의미하기보다는 오히려 신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특별한 의무가 부여된 개념이다.
초기의 선민사상은 야훼가 오직 이스라엘 민족만의 신이며, 이스라엘은 신의 유일한 백성이라는 유대 민족종교를 기반으로 하여 태동하였다. 그러나 서기전 8세기경 보편적인 신으로서의 개념과 세계의 통일성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출현하여 유대 민족종교의 선민사상과 갈등을 일으키게 되었다. 그리하여 서기전 6세기 말경 유대 민족의 모든 역사적 사건과 민족의 운명은 신의 목적이 성취되도록 결정되어 있다며, 자신의 역사적 상황을 종교적 사명감과 영적 운명으로 연결함으로써 유대 민족의 선민사상을 새롭게 정립하였다. 유대 민족은 신 야훼의 위대한 계시를 완성하는 도구이며, 신이 살아 계심과 그의 율법을 이 세상의 모든 백성에게 전달하는 대변자이자 증인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유대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는 나름의 선민사상을 가지고 있지만,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와 같은 서구 유일신 종교에서는 신의 유일성과 전능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선악의 이분법적 도식이 적용되는 만큼의 배타적인 선민사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 반면 세속적인 삶과의 조화를 강조하는 불교 · 유교 · 도교와 같은 동양종교에서는 선민사상이 있기는 하지만, 종교 집단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차원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선민사상은 고대 건국신화나 근대에 발생한 민족종교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단군신화」는 고조선의 건국신화이지만, 민족기원 신화로도 활용되고 있다. 천제(天帝)인 환인(桓因)의 손자 단군(檀君)이 기원전 2333년 아사달에 도읍을 정했다는 내용인데, 여기서 한민족은 천제(天帝)의 후손임을 주장함으로써 다른 민족과 구별하였다. 그렇지만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정신과 이화세계(理化世界)에 대한 이념을 제시하고 있어 배타적이고 정복적인 선민사상과는 구별됨을 알 수 있다.
근대에 형성된 동학 · 증산교 · 대종교 · 원불교 · 통일교 등 민족종교들은 선민사상을 바탕으로 창립되었다. 제국주의의 침탈에 대해 민족적 자존심을 회복시키고, 천손(天孫)민족으로서 민족적 소명의식을 새롭게 부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한민족은 후천개벽의 주역이고 한반도는 세계의 중심임을 선언하였다. 전 세계 인류의 구원은 이 땅에서 시작되고, 전 세계는 한국을 중심으로 하는 대가족사회로 통합될 것이며 지상천국도 한반도에서부터 건설될 것이라는 신앙을 가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종교는 민족의 개벽을 다시 재현한다[重光]는 대종교다. 대종교에서는 한민족이 천손민족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민족의 성산 백두산을 세계문화의 중심지이자 인류문화의 발상지로 설정하고 있다. 이에 단군 하느님은 우주를 창조하고 현생인류의 시조로서 천손인 나반과 아만을 3만년 내지 15만 년 전에 백두산에 내려 보내 그 자손이 오색인종과 9족으로 번성케 하여 세계 곳곳에 살게 하셨다는 것이다. 또한 부여족뿐만 아니라, 여진 · 몽고 · 거란 등 소위 동이족 전체를 ‘배달족’이라는 하나의 큰 민족 집단으로 간주하였다.
그 외에도 증산교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상등국이 될 것이며, 세계를 밝힐 진법(眞法)은 한국에서 나오고 한민족은 천하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갱정유도에서는 21세기 디지털 통합정부가 한국에서 나오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유엔본부에 보내기도 하였다.
기독교계 신흥교단도 예외는 아니다. 통일교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독교계 신종교 교리에서도 인류를 구원할 메시아는 한국에 강림할 것이며, 한국은 세계종교의 종주국으로써 세계 주도국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선민사상은 집단의 정체성 확립 차원에서는 보편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신만이 진리를 독점하고 옳고 선하다는 교만과 오만의 문화들이 등장하는 사상적 배경이 되기도 한다. 특히, 선과 악의 이원론적 인식에 의해 다른 민족이나 집단의 자존권(自存權)을 무시하거나 사악한 무리로 간주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인류 평화를 위해서도 문제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