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필사본. 1959년에 후손 익교(益敎)에 의하여 간행된 석판본 『선석유고(仙石遺稿)』에 『취성세고(鷲城世稿)』 발췌가 부록되었는데, 그 가운데 계영조(啓榮條)에 실려 있다. 내용은 가사작품 「월선헌십육경가(月先軒十六景歌)」 1편과 시조작품 3편 16수가 수록되어 있다.
이 시조작품 3편은 어느 것도 제작연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전원사시가」와 「연군가」는 작가(作歌)의 의취(意趣)와 『선석유고』 중 「노병중불감무료약기평생사적경개(老病中不堪無聊略記平生事蹟梗槪)」 조의 기록으로 미루어보아, 「월선헌십육경가」의 제작연대인 1655년(효종 6)이었으리라고 보여진다.
주제는 연군(戀君)·탄로(嘆老)·전원한정(田園閑情)으로, 그 창의성에 있어서는 별다른 것이 없으나 그 표현에 있어서는 지극히 소박한 점이 있다. 가사작품의 문장 표현은 송강가사처럼 독특한 표현형이 되풀이되는 일이 적고, 순탄하고 평범하다.
고사성어식의 한자어구를 쓰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심하지 않아서, 남이 알 수 없는 이상하고 특이한 문구를 골라서 쓰는 당시 문학인이 범하기 쉬운 타성을 지양하고서 글을 쉽게 쓰려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가사에는 멀리 보이는 전원의 아름다운 경치에 대한 묘사와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온 지은이의 한가로운 풍류생활이 정직, 진솔하게 나타나 있다.
시조작품도 관료 출신으로서의 작자가 갖는 관념적·유희적 태도에서 제작된 작품이 아니라, 현실에서 번져 나온 생활시이다. 그 평이성(平易性)·허탈성(虛脫性)에 있어서 조존성(趙存性)의 「호아곡(呼兒曲)」과 신흠(申欽)의 「시여(詩餘)」, 김광욱(金光煜)의 「율리유곡(栗里遺曲)」 등과 궤를 같이한 느낌이다. 필사본을 신익교가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