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초점은 시초(蓍草)라는 식물의 줄기를 이용해 점을 치는 것이다. 고대의 여러 가지 점법 가운데 거북점과 시초점이 많이 알려졌는데, 『주역』의 점은 시초점이 주류를 이루었다.
시초는 한 뿌리에서 매우 많은 줄기가 나오는 특이한 풀인데, 후대에는 편의에 따라 대나무를 깎아서 시초를 대신해 쓰게 되었다.
『주역』「계사전 상편(繫辭傳上篇)」에 시초점을 치는 방법이 실려 있지만, 내용이 매우 간략하기 때문에 주석가들에 따라 실시 과정과 의미 해석에 몇 가지 다른 견해가 있다.
『주역』「계사전 상편」에서는 “대연지수(大衍之數:천지 음양 변화를 추측하는 데 사용하는 수)는 50이고, 그 중에 사용하는 것은 49이다. 49를 둘로 나누어서 하늘과 땅, 양의(兩儀)를 상징한다.
1개를 떼내어 따로 걸침으로써 하늘과 땅과 사람 삼재(三才)를 상징한다. 나머지 시초를 4개씩 덜어내어 사계절을 상징한다. 4개씩 덜어낸 나머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다음 두 손의 나머지를 내려놓음으로써 윤달을 상징한다.
윤달은 대개 5년에 두 차례 있으므로 그 이치를 상징해 덜어낸 나머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는 동작을 두 번해 괘를 찾는다.” 고 하였다.
그러나 이 기록은 너무 간략해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가 있다. 당나라 때의 공영달(孔永達)이 『주역정의(周易正義)』에서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송나라 때 주희가 『주역본의(周易本義)』「서례(筮例)」의 서의(筮義) 및 『주문공문집(朱文公文集)』 「시괘고오(蓍卦考奧)」에서 이것을 보다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그 체계가 분명해졌다.
이들의 설명에 의하면, 서죽(筮竹)은 원래 50개인데, 그 가운데 한 개는 태극을 상징한다고 하여 빼놓고 49개만 사용한다. 태극은 세계의 근원으로서 변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규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왕부지(王夫之)같은 학자는 빼놓은 하나는 점치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상징한다고 보기도 하고, 현대의 주역 연구가 김경방(金景芳)은 대연의 수는 55이고 49를 사용하는 것은 그래야만 이후 모든 괘의 성립과 변화를 연출할 수 있는 숫자가 되기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
시초를 가지고 점을 치는 일반적 과정은, 먼저 시초 49개를 경건한 마음으로 셈하지 않고 양쪽 손에 나누어 가지는데, 이 때 좌측 손의 것을 천수(天數), 우측 손의 것을 지수(地數)라고 한다.
다음에 천수에서 한 개를 뽑아 내서 무명지와 세끼손가락 사이에 끼우는데, 이를 괘(掛)라고 한다. 이어서 좌측 손에 있는 나머지 시초를 네 개씩 덜어내고 세 개 이하의 시초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것에 함께 끼우는데, 이를 륵(扐)이라고 한다.
그 다음에 지수에서 네 개 단위로 덜어내고 나머지 시초를 역시 손가락 사이에 끼운다. 그렇게 해서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는 시초의 수를 합계해 하나의 수, 즉 5 혹은 9를 얻는다. 여기까지의 절차를 제1변이라고 한다.
다음은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던 시초를 제외한 나머지 시초를 가지고 제1변과 같은 절차를 되풀이해 두 번째 수 4 혹은 8을 얻게 되는데, 이것을 제2변이라고 한다.
제1변과 제2변에서 이미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던 시초를 제외한 나머지 시초로 다시 제1변과 같은 절차를 되풀이해 세 번째의 수, 즉 4 혹은 8을 얻게 되는데, 이것을 제3변이라고 한다.
제1변, 제2변, 제3변을 통해 얻은 수를 비교해 보아 노음(老陰)·노양(老陽)·소음(少陰)·소양(少陽)을 정한다. 노음은 세 번의 수가 9나 8로 모두 많은 수일 때, 노양은 세 번의 수가 5나 4로 모두 적은 수일 때를 말한다.
소음은 세 번 중 두 번은 적은 수, 한 번은 많은 수일 때, 소양은 세 번 중 두 번은 많은 수 한 번은 적은 수일 때를 말한다. 즉 세 번의 수가 노양 혹은 소양이면 양효, 노음 혹은 소음이면 음효가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한 효를 얻게 된다.
따라서 초효에서 상효에 이르기까지 각 효마다 3변(三變)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육효(六爻)를 완성하려면 모두 18변을 거듭해야 한다. 그래서 설시법을 18변서법(十八變筮法)이라고도 한다.
18변을 통해 완성된 괘는 64괘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데, 그 괘를 찾아 괘사와 효사를 음미해 길흉을 판단한다.
18변의 과정을 통해 육효를 얻을 때 노음 또는 노양의 수에 해당되는 음효, 혹은 양효를 변효(變爻)라고 하는데, 사물이 극한에 도달하면 변화한다는 『주역』의 근본 원리에 의해 노양인 양효는 음효로, 노음인 음효는 양효로 변화하게 된다.
이처럼 효가 변화해 새로 얻어지는 괘를 지괘(之卦)라고 한다. 지괘가 있을 때는 원괘의 상태가 장차 지괘의 상태로 변화할 운세에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원괘와 지괘의 괘사, 처음에 얻은 효와 변효의 효사 등을 대조, 음미하여 길흉과 장차의 변화를 판단한다.
18변서법은 그 절차가 복잡하고 많은 시간과 지속적인 정신 통일이 요구되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여러 가지 간략한 방법이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