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일제강점기에 경상남도 지역의 유학자들이 서학을 비판한 역대의 글들을 모아 엮은 『대동정로(大東正路)』에 실려 있다. 『대동정로』에는 홍정하의 글로서 「증의요지(證疑要旨)」, 「천주실의증의(天主實義證疑)」, 「만물진원증의(萬物眞源證疑)」, 「진도자증증의(眞道自證證疑)」, 「성세추요증의(盛世蒭蕘證疑)」 등 5편이 실려 있다.
「증의요지」는 다른 글들에 대한 총론 성격의 글로서 2500여 글자 분량이다. 논설의 초점은 서학 서적이 사회에 해를 끼치는 마서(魔書)로서 이론 자체에 모순도 있고 선교사들도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서학의 중심된 주장을 소개하고 그것의 실상이 유학적 질서에 위배됨을 지적하는데 주력한 글이다. 천주교 교리를 다룬 중요 저작을 유학자로서 비교적 폭넓게 읽었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비판 방식은 논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서학의 원리를 가지고 서학을 비판한다는 전제를 세우고 십계명의 내용에 서학이 모순됨을 지적하고 있는데, 부모를 공경하라고 하면서 신주를 불태우고 후손을 두지 않으며 부모를 버리고 9만 리 밖을 원유(遠遊)하고, 살인하지 말라고 하면서 살인한 것이 2백 22만에 이르렀으며, 음행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사교를 믿은 죄인을 다스린 문서에는 반 이상이 음행에 관계되었고, 도적질하지 말라고 하면서 유불도 삼교의 문자를 훔쳐서 자기주장인 듯 이용했으며,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거짓된 논설을 펴고 있다는 등의 내용은 철저하게 유학의 관점에서 비판을 위한 비판의 형식을 띄고 있다.
이 글에서 서학의 원형과 선교사들의 서학서를 나누어서, 서학서는 선교사들의 자의적인 조작이 많이 들어간 것이라는 관점이 제기된 것은 흥미를 끈다. 이 저술은 서학 금지령과 연관된 시대 분위기를 반영하는 글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글이 일제강점기에 유학자들의 손에 의해 수집·편찬된다는 사실에서, 서학 비판과 역사적 상황의 연관 관계를 연구하는 방향에서 다룰 수 있는 연구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