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거노비는 주인집에 거주하면서 가내 노동이나 경작을 하던 노비이다. 외거노비에 대칭되는 용어로, 앙역노비 또는 솔노비라고도 한다. 주인의 직영지를 경작하거나 농장의 관리인으로 나가거나, 신공을 받으러 가는 등 직접적인 노동력을 제공하였다. 살아 있는 재산으로 취급되어 매매·상속·증여의 대상이 되었다. 주인의 배려로 자신의 토지를 소유하고 경작할 수 있어서 조선후기에 이르러 경제력을 바탕으로 주인과 노비의 관계를 청산하는 일이 늘어났다. 1886년에 노비세습제가 폐지되고, 1894년 갑오경장 때에 신분제가 철폐되면서 솔거노비도 소멸되었다.
외거노비(外居奴婢)에 대칭되는 용어로서, 주로 주인과 같이 살거나 주인집 근처에 거주하면서 직접적인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비를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노비의 출현 이후 어느 단계까지의 일반적인 존재 형태를 규정짓는 개념으로, 외거 · 솔거 노비라는 구분 관념이 발생하기 이전 단계에나 통용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직접적인 노동력을 대신해 신공(身貢)을 납부하는 사노비가 새로이 나타났다.
이로써 사노비는 신역의 부담형태에 따라 직접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비와 신공을 납부하는 노비로 양분되었다. 이러한 구분이 조선 전기부터 명확해지면서, 전자를 앙역노비(仰役奴婢) 또는 솔노비(率奴婢)라 부르고, 후자를 납공노비(納貢奴婢) 또는 외거노비라고 불렀다. 그러므로 납공노비가 출현한 이후에 솔거노비는 주거형태보다는 사회경제적인 존재형태에 더 강조성을 두면서 앙역노비와 같은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솔거노비의 주된 소임은 주인의 직영지(直營地)를 경작하는 일이었다. 이 밖에 노(奴)는 멀리 떨어져 있는 농장(農莊)의 관리인으로 나가거나, 외거노비의 신공을 받으러 가기도 하고, 물건을 시장에 팔러 가기도 했으며, 편지전달 · 물고기잡기 · 나무하기 · 물길러오기 등도 하였다. 그리고 비(婢)는 밥짓기 · 베짜기 등 여성노동력으로서의 소임을 하였다.
솔거노비 중 일부는 주인의 배려로 자신의 토지를 소유, 경작하기도 했으며, 특히 비(婢)는 일과 후 밤 시간을 이용해 자신의 길쌈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생계의 대부분을 주인에게 의존한 솔거노비의 생활은 아주 열악하였으며, 살아 있는 재산으로 취급되어 매매 · 상속 · 증여의 대상이 되었고, 목숨까지도 주인의 의지에 달려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가끔 국난을 당해 군공(軍功)을 세우거나, 맡은 바의 일을 잘해 주인으로부터 면천(免賤)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노비의 지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또한, 고려시대 만적(萬積)의 난에서는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없다고 하면서 집단적인 신분해방 투쟁을 도모해 지배층에게 충격을 주었지만 당시는 아직 신분해방이 가능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인 여건이 형성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 이르러 농업기술이 발전하고, 상공업과 상품화폐경제가 발달해 재산을 축적할 기회와 가능성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 그리고 고용노동이 일반화됨으로써 주인에게 예속되지 않고 노동력을 팔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인 여건도 형성되어갔다.
이에 자신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호적을 고쳐 유학(幼學)이라 칭하고, 족보를 매입해 조상을 바꾸는 등 신분상승을 꾀하였다. 그러나 주로 도망을 통해 신분적인 예속상태를 벗어났다. 이 때 더러는 다시 잡혀오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노비의 결사적인 저항으로 추쇄 자체가 점점 어려워졌으며, 가능하면 적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주인과 노비의 관계를 청산하는 것이 일반화되어갔다.
신분제가 붕괴되면서 양반이 격증하고, 상민이 격감하며, 노비가 거의 소멸되어가자, 1801년(순조 1) 공노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시노비(內寺奴婢)가 혁파되었다. 그리고 1886년(고종 23)에 노비세습제마저 폐지됨으로써 사노비의 신분해방을 더욱 자극하였다.
한편 18세기 후반부터 양인과 노비 사이에 혼인이 성행하면서 반상(班常)의 구별이 모호해졌다. 특히 인간평등사상을 내포한 동학(東學)은 사상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으며, 동학농민전쟁 중 집강소(執綱所) 시기에는 노비들이 신분해방을 몸소 실천하였다. 이러한 투쟁의 영향으로 마침내 1894년 갑오경장에서 개화파 정부가 신분제를 철폐함으로써 솔거노비도 법제상으로 소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