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극락도사 아미타불(極樂導師 阿彌陀佛)과 증청묘법 다보여래(證廳妙法 多寶如來), 문수보살, 보현보살, 관음보살, 대세지보살 등을 배치한 7존도형식의 영산회상괘불도로서, 18세기에 고성 운흥사를 중심으로 영 · 호남지역에서 활동하던 화승 의겸(義謙)을 중심으로 혜찰(惠察), 의윤(義允), 민휘(敏輝), 천신(天信), 양찬(良贊)이 함께 제작하였다.
세로 10.75m, 가로 7.2m 크기의 거대한 화폭 중앙에 화면을 거의 꽉 채울 정도로 큼직하게 석가모니불을 배치하고 오른쪽(향좌)에 다보여래와 문수보살, 보현보살, 왼쪽(향우)에는 아미타불과 관음보살, 대세지보살을 배치하였다. 석가모니는 두광과 신광을 배경으로 정면을 향해 당당하게 서 있는데, 두광과 신광 주위는 붉은 화염을 두르고 신광 내부는 오색의 색대(色帶)로 장식하였다. 두광의 좌우에는 비천이 구름을 타고 하강하는 모습이 보인다. 머리에는 머리와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육계가 나지막하게 솟아있으며 둥글넙적한 얼굴에는 이목구비가 큼직큼직하게 표현되었다. 두 귀는 어깨에 거의 닿을 듯이 길게 늘어져 있으며, 삼도는 마치 목걸이처럼 아래로 늘어져 있다.
신체는 건장한 편으로, 떡 벌어진 각진 어깨와 유난히 길게 늘어진 팔, 짧아 보이는 하체가 보는 이를 압도하는 듯하다. 큼직하게 표현된 얼굴과 상체에 비해 하체가 다소 빈약해 보이는 것은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괘불도의 특성을 감안한 의도로 보인다. 안에는 군의(裙衣)를 입고 겉에는 붉은 바탕에 꽃무늬가 잔잔하게 시문된 붉은색의 대의를 우견편단(右肩偏袒)으로 걸친 후 오른쪽 어깨에 다시 옷자락을 걸쳐 입었는데, 대의의 안팎에는 다양한 화문이 장식되어 있어 화려한 느낌을 준다. 수인은 오른손은 아래로 길게 늘어뜨리고 왼손은 가슴 앞으로 당겨 손가락을 마주 잡았다. 이러한 형태의 수인은 괘불도에서 석가모니의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입상에 적용시킬 때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본존이 석가모니불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본존의 좌우에는 붉은 화기란에 각 존상의 명칭을 적었는데, 오른쪽(향좌)에는 증청묘법 다보여래(證廳妙法 多寶如來), 문수 보현대보살(文殊普賢大菩薩), 왼쪽(향우)에는 극락도사 아미타불(極樂導師 阿彌陀佛), 관음세지대보살(觀音勢至大菩薩)이라 적혀있다. 좌우 권속들은 본존에 비해 아주 작게 그려져 있어 의도적으로 본존불을 강조하여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석가모니와 다보여래, 아미타불, 문수보살, 보현보살, 관음보살, 대세지보살 등을 표현하는 괘불도 도상은 1661년에 간행된 『오종범음집(五種梵音集)』의 거불(擧佛: 법회 시 불보살이 도량에 강림하기를 청하는 절차)을 도상화한 것으로, 이 괘불도 역시 영산재(靈山齋)에 거는 불화로 조성되었음을 알려준다.
이 괘불도는 18세기 호남지역의 대표적인 화승 의겸이 그린 것으로, 칠존형식의 영산회상괘불도이다. 10미터가 넘는 화면에 석가모니를 큼직하게 표현하고 나머지 권속들을 작게 그림으로써 석가모니불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효과를 보여줄 뿐 아니라 녹색과 주황색을 주조로 하여 회색, 분홍 등 중간색을 사용하여 은은한 분위기를 나타내었으며 구름, 연꽃, 단청문양 등으로 화려하고 환상적인 느낌을 연출하였다. 청곡사 괘불도(1722), 운흥사 괘불도(1730), 다보사 괘불도(1745), 개암사 괘불도(1749) 등과 함께 의겸이 제작한 영산재(靈山齋) 괘불 중 하나로 『오종범음집』(1661년)의 거불(擧佛)을 도상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