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 구성요소의 배열 순위를 이르며, 어서(語序) 또는 어열(語列)이라고도 한다. 언어는 음성의 계기성(繼起性)으로 말미암은 선조적(線條的) 연쇄물인 까닭으로 여러 단어가 동시에 나타날 수 없으며, 상대적 전후관계로 배열되는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구속을 단순한 제약으로서가 아니라 이것을 유의적(有義的)인 지표로 삼아 유효하게 이용한다.
어순은 형식면에서 두 단어의 위치비교로 규정하여 전위(前位)와 후위(後位), 그리고 어군이나 문중에서의 어순은 문두(文頭)·문중(文中)·문미(文尾)로 구분한다. 한편 내용면에서 어순이 갖는 가치는 문법적 가치, 의미적 가치 그리고 표현 및 문체론적 가치로 크게 나뉜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문법적 가치
영어·중국어들은 이 가치가 비교적 엄격히 나타나는 언어지만, 국어는 이들에 비하여 자유롭다. ‘관형어-체언’, ‘체언-조사’, ‘용언-조동사’ 따위의 의무적 제약을 제외하고는 어순으로 문장의 뜻이 달라지는 일이 거의 없다. 어순은 굴절 특히 곡용(曲用)과 상관이 있어서 국어와 같이 그것이 발달한 언어에서는 그 구속력이 약한 것이 당연하다. 그리하여 국어의 중요한 문법적 특성의 하나로 자유어순이 지적되어왔다.
그러나 정상적 문장에서 수행하는 기능과 어순의 관계는 역시 일정한 경향과 제약이 있는 것이 원칙이다. 국어 어순의 특징은 ① ‘주어-(목적어)-서술어[S-(O)-V]’의 어순을 가지며, ② 수식어(관형어, 부사어)는 항상 피수식어(체언, 용언) 앞에 오고, ③ 이에 부수하여 간접적 관계에 있는 성분들(관형어는 제외)은 비교적 자유로운 어순을 가진다.
(2) 의미적 가치
정상적인 어순에 변화를 줌으로써 관심의 초점을 표시하려 하는 것이다. 국어의 정상문 ‘주어-부사어-여격의 부사어-직접목적어-서술어(나는 어제 순희에게 책을 주었다.)’에서 두 목적어의 자리를 바꾸어 ‘직접목적어-간접목적어(책을 영희에게)’로 한 문장에서는 화자가 직접목적어(책을)보다 목적어(영희에게)에 초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어순의 바꿈은 정상적 어순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하나의 변종(變種)에 불과한 표현수단이다. 최근 변형생성문법의 지배-결속이론은 이를 어순재배치규칙(語順再配置規則, scrambling)에 의한 것이라고 하여 동사·의미론적으로 다루고 있다.
(3) 표현 및 문체론적 가치
표현 및 문체론적 가치를 나타내기 위하여 관용적인 어순을 어기고 도치시키는 일이 있다. 가령 “이 과자 맛있어요.”와 “맛있어요, 이 과자.”는 표현된 사실 자체는 같으나, 다만 후자는 ‘맛있다’를 강조하기 위하여 정상어순을 파격한 어순으로 바꾸어 표현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 어순도치를 자주 써 그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역시 시(詩)와 같은 특수한 표현효과가 요구되는 경우이다. 따라서 그것은 주로 심리적·감정적·강조적·화술적(話術的)인 기능에 사용되며, 결국 이 모두는 수사학적, 또는 문체론적인 문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