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중기에 이규보(李奎報)가 지은 한시. 오언절구로, 작자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후집(後集) 권1에 수록되어 있으며, 장지연(張志淵)이 편한 『대동시선(大東詩選)』에 이규보 작이라고 전한다.
이 시는 우물 속에 잠긴 달을 노래한 작품으로, 산승(山僧)이 달빛을 사랑하여 물을 길으며 달을 함께 담아오지만, 절에 이르러서는 물병을 기울이면 달도 사라지고 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달빛은 마냥 물 속에 풀려 있는 것이 아니며, 달이 사라지면 달빛도 사라지고 만다는 자명한 사실을 한 산승을 등장시켜 잔잔한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꿈이 영롱하게 서려 있는 달빛을 한 병의 물 속에 담아 내 것으로 하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말하여준다. 이 시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乖離)를 비유적으로 읊고 있다. 또 달을 하나의 진리라고 상정하여보면, 진리를 추구하여 가는 과정, 즉 수도(修道)의 어려움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여기에는 진리는 어디에나 있는 것이지만 그 진리를 찾아서 자기의 언어로 옮긴 순간 그 진리는 공허한 것이 되고 만다는 선사상(禪思想)이 내포되어 있다. 짧은 4행시에 많은 뜻을 함축하여 상징적으로 처리한 수법이 탁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