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후기에 이규보(李奎報)가 지은 가전 작품. 술을 의인화하여 지은 것이다. 작자의 문집 『동국이상국집』 전집(全集) 권20과 『동문선』에 수록되어 있다.
주인공인 국성(麴聖 : 맑은 술)은 주천(酒泉) 고을 사람으로 아버지는 차(醝)이고 어머니는 곡씨(穀氏)의 딸이다. 서막(徐邈)은 어린 국성을 사랑하여 국성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국성은 어려서부터 이미 깊은 국량(局量)이 있었다. 손님이 국성의 아버지를 찾아왔다가 국성을 눈여겨보고 “이 아이의 심기(心器)가 만경(萬頃)의 물과 같아서 맑게 해도 더 맑지 않고, 뒤흔들어도 흐려지지 않는다”고 칭찬하였다.
국성은 자라서는 유영(劉伶) · 도잠(陶潛)과 더불어 친구가 되었다. 임금도 국성의 향기로운 이름을 듣고 그를 총애하였다. 그리하여 국성은 임금과 날로 친근하여 거슬림이 없었고, 잔치에도 함부로 노닐었다. 국성의 아들 삼형제 혹(酷 : 텁텁한 술맛의 형용) · 포(䤖 : 一宿酒 · 鷄鳴酒) · 역(醳 : 쓰고 진한 술)은 아버지의 총애를 믿고 방자히 굴다가 모영(毛穎 : 붓을 의인화한 표현)의 탄핵을 받았다. 이로 말미암아 아들들은 자살했고, 국성은 탈직되어 서인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국성은 뒤에 다시 기용되어 난리를 평정함에 공을 세웠다. 그 뒤 스스로 분수를 알아 물러나, 임금의 허락을 받아 고향에 돌아가 폭병(暴病)으로 죽었다. 사신(史臣)이 말하기를, “국씨는 대대로 농가출신이다. 국성이 순후한 덕과 맑은 재주로 임금의 심복이 되어 나라 정사를 짐작하고, 임금의 마음을 윤택하게 함에 있어 거의 태평한 경지의 공을 이루었으니 장하도다!”고 하였다.
이규보는 이 작품을 통해 술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덕과 패가망신의 인과관계를 군신 사이의 관계로 옮겨놓고, 그 성패를 비유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주인공 국성을 신하의 입장으로 설정하고 있음이 주목된다. 이러한 설정은 유생의 삶이란 근본적으로 신하로서 군왕을 보필하여 치국의 이상을 바르게 실현하는 데 있음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라 하겠다.
신하는 군왕으로부터 총애를 받게 되면 자칫 방자하여 신하의 도리를 잃게 된다. 그러면 신하는 한때 유위유능(有爲有能)한 존재에서 국가나 민생에 해를 끼치는 존재로 전락하기 쉽다. 마침내는 자신의 몰락까지 자초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선생전』은 신하는 신하의 도리를 굳게 지켜나감으로써 어진 신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때를 보아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함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