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傳)의 형식을 빌어 돈을 의인화한 것이다. 『서하선생집(西河先生集)』 권5와 『동문선(東文選)』 권100에 실려 있다. 제목의 ‘공방’은 둥근 엽전의 가운데에 뚫려있는 네모난 구멍[方孔]을 변용한 것이다.
공방의 조상은 수양산 굴 속에 숨어 살았고 세상에 나와 쓰여진 적이 없었는데, 황제(黃帝) 때 처음 채용되었다. 그의 아버지 화천(貨泉)은 주나라의 재상으로 나라의 세금을 담당하였다. 공방은 그 생김이 밖은 둥글고 안은 모나며, 임기응변을 잘하여 한(漢)나라의 홍로경(鴻臚卿)이 되었다.
그러나 공방의 성질이 탐욕스럽고 더러워, 돈을 중하게 여기고 곡식을 천하게 여기므로 백성들로 하여금 근본(농사)을 버리고 장사 잇속만을 좇게 하였다. 또 사람을 대할 때에도 어질고 불초함을 묻지 않고 재물을 많이 가진 자만 가까이 사귀었다.
그러다가 그것을 미워하는 이의 탄핵을 받고, 드디어 쫓겨나게 되었다. 당나라 · 송나라 때 다시 그의 무리와 아들이 채용되었으나 배척을 받고 죽임을 당하였다.
임춘은 무신란을 만나 겨우 도망하여 목숨은 보전하였으나, 극도로 빈한한 처지에서 불우한 일생을 마친 인물이다. 따라서 돈을 소재로 취한 것은 그의 곤궁했던 삶과 관련이 있다.
이 작품에서는 인간의 생활에 돈이 요구되어 만들어져 쓰이지만, 그 때문에 생긴 인간의 타락상을 돈의 속성과 관련이 있는 역대의 고사를 동원하여 결구(結構)하였다.
작자가 작품의 말미에서 사신(史臣)의 말을 빌려 “신하가 되어 두 마음을 품고 이익을 좇는 자를 어찌 충신이라 이를 것인가. 공방이 때를 만나고 주인을 만나 적지 않은 사랑을 받았으니, 응당 이익을 일으키고 해가 됨을 덜어 그 은덕에 보답해야 할 것이거늘, 권세를 도맡아 부리고 사사로운 당(黨)을 만들었으니, 충신은 경외(境外)의 사귐이 없다는 것에 어그러진 자이다.”라고 한 평결(評結)은 이 글의 주제이다.
즉, 공방의 존재가 삶의 문제를 그릇되게 하므로 후환을 막으려면 그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난세를 만나 참담한 가난 속에 지내다 일찍 죽고 만 작자의 돈의 폐해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