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단경(六祖壇經)』은 『육조법보단경(六祖法寶壇經)』 또는 『법보단경(法寶壇經)』이라고도 한다. 1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중국 선종(禪宗)의 제6조인 당나라 혜능(慧能, 638~713)이 육조의 지위에 오르기까지의 도정(道程)과 제자들을 위한 갖가지 설법을 담고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육조단경』은 경(經)이 아니라 조사어록(祖師語錄)으로 분류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책에 담긴 해박한 사상(思想)과 간결한 문체로 인해 대한민국 · 중국 ·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경과 같은 존숭(尊崇)을 받아 오고 있다.
『육조단경』에서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다음의 세 가지이다. 첫째, 혜능(慧能)은 부처님 이래 전수되어 온 심인(心印)의 계승자라는 점이다. 여기에서부터 선사들의 법맥을 강조하는 학풍이 생겨났다. 둘째, 견성(見性)은 수도(修道)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자성(自性)을 떠난 부처는 없다는 교설이다. 이것은 중국 불교의 특성을 대변하는 학설로 조교(助敎)를 강조하는 측면이 부각되어 있다. 셋째, 돈오(頓悟)의 수행이다. 불도에서 깨달음을 서서히 추구해 들어가는 방법을 점수(漸修)라 하는데, 이는 주로 교종(敎宗)에서 선호되는 방법이다. 원래 돈오의 수행 방법은 선종의 요체(要諦)인데, 그 근원이 바로 이 책에서 비롯되었다.
한편 『육조단경』에는 남종(南宗)과 북종(北宗)의 대립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혜능을 중심으로 하는 남종선과 신수(神秀)를 정점으로 하는 북종선의 대립을 서술한 부분이 그것이다. 이 책은 남종선의 입장에서 서술된 것이기 때문에 책에서는 북종선에 대한 남종선의 우월감이 드러난다. 이와 관련하여 신회(神會)는 “무념(無念)을 종(宗)으로 하고, 무작(無作)을 본(本)으로 하며, 진공(眞空)을 체(體)로 하고, 묘유(妙有)를 용(用)으로 한다.”라고 말하였다. 이러한 논의는 대승불교의 여러 다의적 개념을 인간의 내부로 집약시키는 특징을 지닌다.
여러 대승 경전 중 이 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경전은 『금강경(金剛經)』과 『유마경(維摩經)』이다. 『육조단경』은 중관(中觀)을 이상으로 삼는 반야철학(般若哲學)의 기반 위에 공(空)의 실천적 수행을 강조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이 책을 종지(宗旨)로 삼은 고승으로는 고려 때의 지눌(知訥)을 들 수 있다. 그는 혜능이 머물던 조계산의 이름을 따서 자신이 머물던 송광사(松廣寺)가 있는 산의 이름까지 조계산으로 바꾸었다. 지눌은 그곳에서 정혜(定慧)를 이상으로 삼는 정혜결사(定慧結社)를 진행하였는데, 그때 지눌은 『육조단경』과 『금강경』으로 후학들을 지도하였다.
이후 육조의 문하에 임제(臨濟)라는 선승(禪僧)이 출현하여 남종선의 맥을 이었다. 그 뒤 우리의 고승들은 거의 임제의 선맥을 잇고 있다. 따라서 『육조단경』은 사상적으로뿐만 아니라 실천적인 면에서도 한국 불교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육조단경』의 이본으로는 종보본(宗寶本) · 덕이본(德異本) · 도원서대승본(道元書大乘本) · 흥성사본(興聖寺本) · 돈황본(敦煌本) 등 5종이 있다. 이들 이본은 내용상으로 별 차이가 없다. 다만 품(品)의 분단(分段)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중 돈황본은 품의 분단이 없는 것으로 보아 가장 오래된 판본으로 추정하고 있다. 언해본으로는 중종 때 간행된 간기 미상의 책과 1844년(헌종 10)에 필사(筆寫)된 『언ᄒᆡ뇩조대ᄉᆞ법보단경』이 전한다.
2020년 보물로 지정된 『육조단경』(경상남도 사천 백천사 소장)은 1책 6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판본은 1290년(충렬왕 16)년 원나라 몽산 덕이(蒙山德異)가 편찬한 책을 고려 수선사(修禪社) 제10대 조사인 혜감국사 만항(萬恒, 1249~1319)이 받아들여 1300년(충렬왕 26)년 강화도 선원사(禪源寺)에서 간행한 판본이다. 이 판본은 우리나라에 전래된 『육조단경』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판본은 판식(板式)에서 조선시대 ‘덕이본(德異本)’ 계열의 책들과 차이가 있어 고려시대 목판본의 특징을 보여준다.
『육조단경』은 선종의 핵심 사상을 파악할 수 있는 지침서이자 한국 선종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중요한 책이다. 사천 백천사에 소장된 판본은 우리나라에 현전하는 『육조단경』 중 가장 오래된 판본으로 알려져 있어 불교학 연구는 물론 고려 말기 목판 인쇄 문화를 규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