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소설(討論小說)’이라는 명(銘)이 붙어서 1910년 광학서포(廣學書舖)에서 출간하였다. 몇 명의 여인네가 시대의 풍속과 가치관을 토론하는 내용으로, 주제면에서 신소설 중 가장 정치성이 강한 작품이다.
초저녁부터 새벽에 이르는 하룻밤 사이에 전개되는 사건으로 전편이 거의 대화로만 일관되어 있어 흡사 단막물 희곡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또한, 내용이 정치적 토론의 연속이므로 토론회의 기록문 같은 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신소설’ 또는 ‘토론소설’이라는 표제가 붙어 있어서 소설로 다룰 수밖에 없다.
당시대의 여러 문제들을 객관적으로 독자에게 인식시키는 특이한 구조를 지닌 작품이다. 내용은 1908년 음력 정월 16일, 매경 부인의 생일잔치에 초대를 받아 모인 당시의 지식여성들이 개화계몽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를 토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결국에는 꿈 이야기 속에서까지 국가의 자주독립을 논하다가 닭이 우는 새벽녘에야 해산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이 토론에 직접 참여하는 인물은 신설헌 부인·홍국란 부인·강금운 부인과 주인인 이매경 부인 네 사람만으로 한하고, 여타의 부인들은 그대로 청중이 되고 있으며, 작자가 서술하는 지문이라고는 처음과 끝의 몇 줄에 국한되어 있다. 그 밖에는 이 네 부인이 주고받는 대화의 연속으로 되어 있다.
다만, 맨 끝에 가서 이 토론회를 방청만 하고 있던 한 부인이 일어나서 “나는 지식이 없어 연하여 담화는 잘 못하거니와 사상이야 어찌 다르며 꿈이야 못 꾸겠소. 나도 어젯밤에 좋은 몽사가 있으나 벌써 닭이 울어 밤이 들었으니 이 다음에 이야기하오리다.” 하는 한마디로 작품의 결말은 이루어진다.
이들의 토론 내용은 여권문제에 가장 중점을 두고, 그밖에 자녀교육과 자주독립, 계급 및 지방색 타파, 미신타파, 한문 폐지 등 다각도에 걸쳐 있으나 이렇다 할 행동적인 표지는 없고, 다만 관념적인 토론으로 일관되고 있으므로 토론이 성행한 개화기적 사회상을 반영한 토론소설에 그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