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화실기」는 일제강점기 이해조가 지은 신소설이다. 1923년 기생 강명화의 자살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1924년 4월 회동서관에서 『(여의귀)강명화실기』 상편, 1925년 1월 하편을 발행하였다. 기생 강명화는 부호의 아들 장병천과 사랑에 빠졌으나 집안과 사회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다. 결국 강명화는 자살을 결심하고 온양온천으로 여행을 가 그곳에서 쥐약을 먹는다. 몇 달 뒤, 연인 장병천 또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새로운 시대의 자유연애가 기존의 전통적인 가족 체제 안으로 편입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비극을 다룬 작품이다.
상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홍수동에서 안양암으로 넘어가는 곳은 밤만 되면 행인의 발길이 끊기고 집들은 문을 닫는다. 비가 내리는 밤이면 주1를 한 여인이 주2 옷에 흰 구두를 신고 나타나 처량히 울면서 자신의 원통함을 하소연하기 때문이다.
평양에 사는 강기덕의 딸 확실(確實)은 가난한 형편으로 인해 일곱 살 때 기방에 보내진다. 열일곱이 된 확실은 명화라는 기명(妓名)을 얻고, 서울에서 본격적인 기생 생활을 한다. 강명화는 풍류에 능하고 돈 많은 정 씨 소년의 구애를 거절해 명성이 높아졌다.
그러다가 강명화는 부호의 아들 장병천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장병천의 아버지 장길상은 주4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사람이다. 장병천은 명화와 백년해로를 약속하였지만, 아버지에게 이야기도 못한 채 강명화의 기생 영업에 의지하며 산다.
병천이 자신을 멀리한다고 오해한 명화는 자신의 머리채를 잘라서 절개를 증명한다. 기생 영업을 할 수 없게 된 명화는 가난에 시달리게 되고, 병천은 공부를 핑계 삼아 명화와 도쿄로 유학을 떠난다. 하지만 장길상이 병천의 학비를 끊고, 명화가 모아 둔 돈마저 떨어져 그들의 생활은 궁핍해진다.
한편, 도쿄의 유학생들은 부잣집 한량이 허영에 들뜬 기생을 데리고 와 유학생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소동을 벌인다. 명화가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며 결백함을 입증하자, 유학생들은 그 절개에 감동하여 돌아간다. 하지만 명화는 결국 조선으로 돌아오게 된다.
명화는 시댁에 가서 장길상의 허락을 받고자 하나 장길상의 반대에 실패한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명화는 옥양목에 흰 구두를 사 달라고 하며, 바람도 쐴 겸 온양온천에 가자고 한다. 명화는 그곳에서 쥐약을 먹고 죽는다. 명화의 유언이 자신을 문중 선산에 묻어 달라는 것이었으나 그 뜻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동아일보』에는 강명화의 자살에 대한 기사와 그 죽음을 애석해하는 나혜석의 글이 실렸으며, 몇 달 뒤 장병천의 자살 기사가 게재된다.
하편은 「(여의귀)강명화실기 제이(第二)」·「강춘홍소전」·「이화련소전」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내용이 독립적이지만 강명화의 가장 친했던 기생 친구가 펼쳐 놓은 두루마리 속 이야기라는 공통된 설정으로 이어져 있다. 첫 번째는 강명화의 죽음 이후 괴로워하던 장병천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내용이다. 두 번째는 기생 강춘홍의 자살 기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강춘홍은 자본주의적 속물근성을 지닌 시어머니의 반대로 자살한다. 세 번째 이야기 역시 양잿물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생 이화련의 실제 사건을 토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술주정뱅이에 칼부림도 자행하는 패악스러운 어머니를 통해 이화련의 고난을 강조하였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자유연애가 기존의 전통적인 가족 체제 안으로 편입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비극을 다루었다.
이 작품은 강명화의 실화를 권선징악이라는 교훈적 틀에 맞추어 재구성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허구적 요소의 개입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기생이지만 여성으로서의 정절(貞節)과 부덕(婦德)을 잃지 않았던 강명화를 그림으로써 당대 독자들의 도덕적 각성을 유도하는 계몽적 작품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강명화의 죽음을 ‘열녀의 희생’으로 미화함으로써 여성의 정조 관념을 부각시키려는 남성중심적 사회의 의도가 은폐되어 있는 작품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공존한다.
강명화의 실화는 이후 최찬식과 현진건 등에 의해서도 소설화되고 신문 및 잡지의 기사와 노래, 그리고 영화로도 제작되는 등 50여 년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향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