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공상(公相)·장수를 임명하면서 선마(宣麻 : 백마 또는 황마의 종이에 관원의 임명 사실을 적어 다른 여러 관료들 앞에서 공표하는 절차)의 과정을 거쳐 내리는 제왕(帝王)의 명을 제(制) 또는 제서(制書)라 하였다.
반면에 선마의 대상이 아닌 여타 관원의 임명이나 추증을 행할 때 내려진 제왕의 말을 고(誥)라 하였다.
고려에서도 재신(宰臣)을 임명할 때에는 마제(麻制 : 대관고)를 사용해 선마를 행하였고, 추밀(樞密)·복야(僕射)·팔좌(八座 : 6상서와 좌우산기상시)·상장군을 임명할 경우에는 관고(官誥 : 小官誥)를 사용하고 선마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그리고 종친(宗親)의 봉작(封爵)은 비록 대관고의 대상이었지만 선마에는 낄 수 없었고, 경우에 따라 소관고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승려의 관고에도 대관고와 소관고의 구별이 있었다.
고려의 제고문은 일정한 양식을 갖추고 있는 바, 국초 이래 전칙(典則)이 있었다. 그러나 예종 때 김부의(金富儀)에 의해 이전의 문체와 다르고 중국과도 다른 화려한 풍조의 제고문이 여러 편 지어지면서 고려 특유의 규식(規式)이 정해졌다. 『동문선』과 『동국이상국집』에 현전하는 각종의 제고문을 살펴볼 때 대체로 다음과 같은 형식을 갖추었다고 생각된다.
제고문은 보통 수장(首章)·중장(中章)·말장(末章)의 삼장으로 구성되었다. 수장에는 해당 관직의 중요성이 기술되고, 중장에는 해당 인물의 공덕과 능력을 치하하는 문구가, 말장에는 맡은 바 직분을 열심히 수행해달라는 당부의 말이 서술되어 있다.
그리고 수장의 첫 구절은 ‘운운(云云)’ 또는 ‘문하(門下)’로 시작되며, 말장은 ‘오호(於戱)’ 또는 ‘희(噫)’로 시작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제고문이 반드시 마제 또는 관고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즉, 제고문의 앞에 특별히 교서(敎書)가 첨부된 경우도 있으며, 마제와 관고가 생략된 채 교서로써 제고를 대신하기도 하였다.
한편, 제고문에는 1명 또는 2명을 대상으로 하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후자는 한번에 여러 명의 관원이 임명되었을 때 작성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1회에 2인 이상의 관원을 임명할 경우라도 각 개인별로 제고문을 작성하지 않고, 마제의 대상인가 관고의 대상인가만을 나눈 뒤 하나의 마제와 관고로 각각의 대상자 모두를 처리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은 고려의 제고문은 한림원(翰林院)·보문각(寶文閣)의 학사 및 문재가 뛰어난 관원이 맡는 지제고(知制誥)에 의해 작성되었다. 현재 『동문선』에는 56종의 마제·관고 및 교서가 제고로 분류, 수록되어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