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후기에 이규보(李奎報)가 지은 부(賦). 작자의 문집 『동국이상국집』 권1 고부조(古賦條)와 『동문선』 권1에 수록되어 있다. 「조강부」의 창작동기는 다음과 같다. 이규보가 벼슬길에서 좌천되어 계양원으로 부임하는 길에 조강(祖江: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하는 곳)을 건너가게 되었다.
강물결이 몹시 세찬데다가 폭풍까지 만나 온갖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작품을 지어 신세를 슬퍼하고 마음을 달랜 것이다. 작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넓고 큰 조강물결이 검게 출렁거려 겁이 나서 내려다보기도 어려운데, 나는 귀양을 가게 되어 이런 험한 강물을 만났도다.
아, 이렇게 떠나는 길이 옛날에도 있었으니 맹가(孟軻 : 孟子)도 공구(孔丘 : 孔子)도 가의(賈誼)도 그러했네. 성현들도 오히려 이러했거늘 나쯤이야 슬플 것이 무엇이랴. 옛사람의 불우에 비한다면 그래도 나는 한 고을 원이로다. 곡산(鵠山:송악산)이 멀어지니 마음이 괴롭더니, 서울(개성)을 떠나오니 가까이 보이는 계양(桂陽)이 반갑도다.
일렁이는 배를 물가에 대고 언덕에 오르니 아전들이 맞이하네.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슬슬 거니노라니 바람은 옷자락을 날리네. 험한 강물 아무리 사나워도 나는 벌써 건너왔으니 무서워할 것이 무엇이 있겠으랴. 서울을 떠났어도 오히려 즐길 수 있으니 뭐 돌아가려고 애쓸 필요가 있으랴.
벼슬길 나가고 머무는 것은 맘대로 안 되는 것이니, 하늘이 내려준 운명을 그대로 즐기면서 옛 어진이와 같기를 희망해야 하리로다. 「조강부」의 작자 이규보는 처음에 좌천된 자신의 불운을 슬퍼하였다. 임지에 부임하기 위해서 건너야 할 강물까지 물결이 험난하여 큰 고생을 하면서 인생을 탄식하였다.
그러나 다시금 생각을 고쳐 자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어진 수난의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였던 맹자나 공자, 가의와 같은 선현들의 삶을 통하여, 그를 거울 삼아서 시세를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순천자(順天者)로서의 생활자세를 긍정적인 안목으로 기술하고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