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1책. 목판본. 1869년(고종 6) 8대손 조(祚)와 전(傳) 등이 편집, 간행하였다. 권두에 허전의 서문과 권말에 이만익(李晩翊)·허조의 발문이 있다. 연세대학교 도서관에 있다.
권1에 시 32수, 서(書) 7편, 잡저, 권2에 부록으로 언행록·묘지명·가장·행장 등이 수록되어 있다. 시의 특징은 당대(唐代) 왕유(王維)와 같이 시각적 대비수법을 많이 사용하였기 때문에, 시를 읽으면 한편의 그림을 연상하게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지(誌)」·「산거(山居)」·「주범남포(舟泛南浦)」·「우(雨)」 등의 시가 그러한 경우인데, 청담하고 서정적이며 관조적인 풍미를 자아내고 있다. 이밖에 「효기(曉起)」라는 작품은 중국의 시인 맹호연(孟浩然)의 「춘효(春曉)」와 그 작법이 유사하다.
잡저 중 「통고일향창의여부토로부문(通告一鄕倡義旅赴討虜賦文)」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두 환란의 세월을 지내온 조선 선비로서의 안타까움과 고뇌를 그린 글이다. 이밖에 평소 저자가 후학양성에 심혈을 쏟았던 관계로 서원건축에 대한 기념문이 몇 편 보이며, 교유들과의 서신도 있다.
임진왜란 때 피난지 함양에서 밤길을 달려와 도굴된 수로왕의 묘지를 다시 쌓고 지킨 업적으로 조정에서 관직을 내린 데 대하여 사양하는 내용의 편지도 있다. 관직을 사양하고 고향에서 후학양성에 일생을 보낸 겸허한 학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