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111㎝, 가로 43.5㎝. 일본 후쿠오카시(福岡市)젠도사(善導寺) 소장. 네즈미술관(根津美術館)에 소장되어 있는 지장보살화와 함께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지장보살 그림이다. 작품의 표현 수법으로 보아 고려 후기인 14세기 초기에 제작된 작품으로 추정된다.
이 지장보살은 오른쪽으로 몸을 약간 비틀면서 두 손으로 긴 석장(錫杖 : 중이 짚고 다니는 지팡이)을 비스듬히 잡고 서 있는 승형(僧形 : 민머리)을 하고 있다. 그리고 네즈미술관 소장의 지장보살처럼 당당하고 건장한 장부상이 아닌, 중생을 구제해 주는 자비로운 지장보살의 성격을 말해 주듯 매우 부드럽고 온화한, 마치 소년과도 같은 갸름하면서도 앳된 표정을 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당시 고려의 귀공자 모습을 재현한 것 같다.
갸름하고 앳된 얼굴과 함께 신체 또한 날씬하고 유연하다. 이러한 특징은 1307년 노영(魯英)이 그린 「아미타구존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나 1320년 작 「아미타구존도」(일본 松尾寺 소장)의 인물의 신체 표현과 유사한 것이다. 각지고 네모난 얼굴 및 당당하면서 약간은 짧은 듯한 신체 표현이 주류를 이루는 고려 불화의 인물 표현과는 다른 특징적인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신체 특징과 함께 청록색 가사와 담홍색 상의(常衣)에 찬란한 금니의 꽃무늬로 수놓은 고상하면서도 호화스러운 옷은 얼굴 표정과 더불어 이 불화의 고귀한 품격을 잘 보여 주고 있다. 1306년 작 「아미타여래상」(일본 네즈미술관 소장)과 많은 유사점이 엿보인다.
다색(茶色)을 바탕으로 군청 등 어두운 색깔이 주조를 이룬다. 그런데 이 불화가 일견에 찬란하고 호화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가사 전체를 덮고 있는 꽃무늬나 광배·연화좌·석장 등에 금니 묘선을 많이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금니의 사용은 이 불화의 품위와 격조를 말해 주는 동시에 고려시대의 귀족적인 문화를 말해 주는 듯하다.
전체적으로 우미하고 유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이 지장보살도는 가히 고려 불화의 백미라 할 만큼 우수한 작품으로서 당시 불화의 높은 수준과 격조를 잘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