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143.5cm, 가로 55.9cm. 일본 세이카도(靜嘉堂)문고미술관소장.
화면을 크게 상, 하 2단으로 구분하여 상단에는 지장보살을 배치하고 하단은 지장보살의 권속을 배치한 지장시왕도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지장보살은 커다란 원형의 신광(身光: 부처나 보살의 몸에서 발하는 빛)과 두광(頭光: 부처나 보살의 정수리에서 나오는 빛)을 지니고 오른손에 투명한 보주를 들고 연화좌 위에 반가좌하였다.
전면의 좌우에는 사자(使者)와 판관(判官)이 함께 묘사되고 그 뒤로 시왕이 좌우 각각 5왕씩 시립하고 있다. 지장보살의 바로 아래에는 도명존자(道明尊者)와 무독귀왕(無毒鬼王), 시천왕(四天王), 범천(梵天), 제석천(帝釋天) 등이 시립하고 있다. 범천 및 제석천이 마치 협시들의 중심인 것처럼 크게 그려져 있다.
본존인 지장보살은 검은 바탕에 금니(金泥)로 작은 원문(圓文)을 그린 두건을 머리에 쓰고 있다. 앳된 얼굴 표정과 단정한 모습으로 왼발을 내려 연꽃대좌 위에 걸터 앉은 소위 반가좌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양쪽 귀 뒤로는 두건을 묶은 장식이 길게 늘어져 있다. 착의법(着衣法)은 가슴 앞을 넓게 트이게 한 통견(通肩: 어깨에 걸침)이다. 배 부근에는 군의(裙衣)와 이를 묶은 의대(衣帶)가 표현되어 있으며, 왼쪽 가사 안쪽에 치레 장식이 보인다.
본존을 둘러싼 권속들은 상대적으로 작게 표현되었다. 화면 아래쪽으로 올수록 작게 그려져 있고 지장보살의 대좌 아랫부분을 비워 둔 채 양쪽에 인물들을 반원형으로 배치함으로써 일견 복잡해 보일 수 있는 구도에 공간감을 주고 있다.
각 인물들의 표현은 세밀한 필선으로 정교하게 묘사하여 초상화를 보는 듯하다. 언뜻 보면 표정이 모두 비슷한 것 같으나 자세히 보면 각기 개성적인 묘사를 하고 있다.
특히 사천왕의 이글거리는 눈동자는 화면에 생기를 주고 있으며, 시왕의 굳게 다문 입과 사고하는 듯한 진지한 표정들은 재판관으로서의 역할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또한 화면 오른쪽에서 걸어 나오는 듯한 사자는 휘날리는 옷자락과 허리를 굽힌 모습에서 이제 막 화면으로 들어오는 듯한 전령의 모습을 잘 전해 주고 있다.
이 불화의 이러한 특징은 호림박물관소장 지장시왕도, 독일 베를린동양미술관소장 지장시왕도 등과 유사하다. 하지만 호림박물관본과 베를린본에는 표현된 금모사자(金毛獅子)가 이곳에서는 결여되었으며 그보다 더욱 온화해진 인물 표현과 좀더 부드러운 색채, 본존에 비하여 더욱 작아진 권속 등에서 차이가 난다. 채색은 녹색과 홍색, 금색이 조화를 이루며 부드러우면서도 차분하고 화사한 분위기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