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석(吳泰錫)이 지은 희곡. 안민수(安民洙) 연출, 유덕형(柳德馨) 조명으로 1973년 9월 드라마센터 극단에 의하여 공연되었다. 소재를 사실(史實)에서 얻어온 작품이나 재래의 역사극과는 전혀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단종의 폐위와 사육신의 등장 등 역사적 사실이 극의 줄거리를 이루나, 작품의 초점은 사육신 중 한 사람의 자손이 노비의 헌신적 노력에 의하여 단절을 면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조차도 사실적 흥미를 돋우는 것은 아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은 피비린내나는 권력의 투쟁과 무자비한 정치의 비인간성에 대립하는 것으로서 한 아기의 출생, 즉 태로 이어지는 면면한 생명의 존엄성이다. 대담한 생략과 압축의 수법을 통하여 시각적으로 처리한 무대가 돋보였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연출수법과 조명사용이 한국연극사상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신숙주가 펼치는 기나긴 흰 두루마리의 시각적 효과가 주는 학살의 잔혹성, 끝없이 이어져나가는 붉은 탯줄의 시각적 표출 같은 상징성은 작품의 의미를 구체화시켜 보여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희곡이 가지는 재래적 의미의 결락(缺落)이 오히려 작가 오태석의 함축된 장면처리와 대사로 해서 새로운 연극적 언어로 변신할 수 있었다. 뒤에 한두번의 새 연출을 거쳐 해외에 소개되어 호평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