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진(吳泳鎭)이 지은 희곡. 원래는 시나리오형식으로 1943년에 발표되었던 것이 뒤에 2막5장의 연극으로 고쳐졌다. 한편 이 작품은 <시집가는 날>의 제목으로 영화화되었고(1957), 같은 이름의 뮤지컬드라마로 고쳐지기도 하였다.
한국의 양반사회를 배경으로 가문의식의 허실, 구습결혼제도의 모순, 전통적 계층사회의 비인간성 등을 풍자함으로써 사랑의 참뜻과 인간성의 회복을 강조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작품의 전체적 기조는 한국적 해학과 웃음에 있으며 한국 신극(新劇)에서 드물게 보는 정통희극의 여러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다.
맹진사댁 규수와 정혼하게 된 김판서댁 아들 미언은 계교를 꾸며 자신을 못생긴 병신이라고 헛소문을 퍼뜨리게 함으로써, 맹진사로 하여금 그의 딸을 피신시키고 대신 종 이쁜이를 신부로 가장시켜 성례시키게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의 성격과 동작의 과장, 대사의 희극적 사용 등으로 ‘즐거움을 주면서 많이 가르치는’ 연극으로도 성공적이었다.
원래 이 작품은 <배뱅이굿>·<한네의 승천(昇天)>과 더불어 3부작으로 쓰여진 것으로서 전래의 통과의례(通過儀禮)인 관혼상제 중 혼례를 소재로 삼은 것이고 그런 점에서도 작가의 전통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을 엿보이게 한다.
더구나 이것이 처음 쓰여졌던 1943년은 일제시대 말기로서 민족적 요소가 말살되어버린 당시에 오영진이 굳이 이와 같은 전통적 소재에 관심을 두었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면서도 그가 직설적으로 민족의식을 표시한 것이 아니라 성숙한 희극정신의 바탕 위에서 작품을 육화(肉化)시켰다는 점 또한 연극사적으로 두드러진 면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