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진(吳泳鎭)의 시나리오를 이병일(李炳逸)이 감독한 영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풍자희극이다. 시골의 진사인 맹태량(金勝鎬 扮)이 가문의 영달을 위해서 자기 딸 갑분이(金衣香 扮)를 도라지골 김판서댁의 아들인 미언(崔賢 扮)에게 시집보내게 된다.
김판서댁에 가서 혼인을 성사시킨 맹진사는 자못 의기양양하다. 그러나 며칠 후 도라지골에 산다는 한 선비가 미언이는 다리병신이라는 소문을 퍼뜨리자 갑분이는 한사코 시집을 가지 않겠다고 버티게 되고, 난감해진 맹진사는 궁리한 끝에 갑분이의 몸종인 이쁜이(趙美鈴 扮)를 자기 딸로 가장하여 미언에게 시집보내기로 한다.
갑분이를 운산골 친척집에 보낸 이후, 맹진사댁에 당도한 신랑 미언은 다리병신은 고사하고 미목이 빼어난 장부이다. 이에 대경한 맹진사는 운산골로 머슴 삼돌이를 보내 허겁지겁 갑분이를 데리고 오게 하지만 맹진사의 아버지 맹노인의 재촉으로 결혼식은 이미 치러지고 만다.
많은 청혼자들의 위선을 뿌리치고 몸종 이쁜이를 신부로 맞이한 미언은 이미 마음씨 착한 그녀를 알고서 선택한 것으로, <시집가는 날>은 말하자면 소박한 권선징악(勸善懲惡)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은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여 처음으로 성공한 본격적인 희극작품이며, 오영진의 고전적인 풍자희극의 시나리오를 이병일 감독의 품격과 수준높은 연출로 영화화하였다는 점에서 영화사에서의 의미가 적지않다.
<시집가는 날>은 제4회 아시아영화제에서 특별희극상을 받음으로써 한국영화가 최초로 해외영화제에 진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1956년동아영화사(東亞映畫社)가 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