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환(李圭煥) 각본·감독의 극영화. 1937년에 성봉영화사(聖峰映畫社)에서 제작하였다. 주인공인 영태(王平 扮)는 아내와 아이들을 무시한 채 노름에 빠져 있고, 그의 아내(文藝峰 扮)는 그런 남편을 지켜보며 걱정이 대단하다. 결국, 영태는 이발소 주인 춘수와 한패인 철수의 속임수에 넘어가 노름빚을 지게 되고, 작부인 향심(高永蘭 扮)에게 빠졌다가 버림받게 된다.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된 영태의 아버지 박노인(朴齊行 扮)은 아들을 호수에 데리고 나가 물속에 빠뜨린다. 그리고 나서 호되게 아들을 꾸짖고 깊이 간직하여 두었던 돈을 주어 노름빚을 갚게 한다. 그 뒤 영태는 깊이 참회하고 타향에 나가서 노동을 하며 새 삶의 길을 찾는다. 30개씩의 고추를 매달아 놓고 하루에 하나씩 빼면서 남편이 돌아올 날을 기다리는 아내의 마음도 간절하다.
그러나 영태가 그리던 고향에 돌아온 날 그는 춘수가 아내를 욕보이려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아울러 춘수가 영태의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두 사람 사이에는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영태는 도끼를 들고 춘수를 뒷산의 낭떠러지로 몰고 간다. 이때 주위에는 일본 순경과 동네사람들이 몰려오고, 순경은 영태에게 춘수를 살려주고 죄를 짓지 말라고 소리친다. 그러나 영태의 도끼는 용서없이 춘수를 향하여 내리쳐지고, 그는 결국 살인범으로 체포되고 만다.
이규환은 이 영화에서 데뷔작인 <임자 없는 나룻배>와 마찬가지로 냉철한 리얼리즘의 미학을 보여주었다. 차분한 농촌생활의 묘사, 예전에는 교육자였던 박노인의 사공생활, 그리고 고추를 매달아 놓고 헤어진 남편을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아내의 정감도 사실적이고 아름답다.
그러나 민족사상을 간직하였던 아버지를 살해한 춘수에게 도끼로 하늘을 대신해 복수하는 장면은 감독 이규환 특유의 준엄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것은 혈육인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넘어 민족적인 정의감이 분출된 복수이기도 한 것이다.
이 영화는 당시 조선영화의 최고봉이라는 격찬을 받았으며, 1938년 조선일보영화제에서 ‘발성영화 10선’의 하나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