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진(柳致眞)이 지은 희곡. 2막. 1931년 12월에서 1932년 1월에 걸쳐 ≪문예월간 文藝月刊≫에 게재되었으며, 1933년 2월극예술연구회(劇藝術硏究會)에서 공연하였다. 작가의 첫 희곡이자 동시에 극예술연구회의 첫 창작극이었다.
1920년대의 우리 농촌을 배경으로 최명서(崔明瑞)와 강경선(姜敬善)이라는 빈농(貧農)들의 집안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일제에 수탈당하여 가난에 허덕이는 소작농의 참상을 소재로 한 것이며, 이러한 유의 농촌 드라마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고향에 살지 못하여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저항운동에 관련,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옥사하고 끝내는 백골로 돌아온다는 명서네 아들의 이야기와, 땅을 빼앗기고 장리쌀 몇 가마 얻어먹은 것을 못 갚아 토막마저 차압당하여 남부여대(男負女戴)하여 고향을 떠난다는 경선네의 이야기가 주축이 된다.
식민지 조선의 삶의 어려움을 가장 전형적인 장소인 농촌을 무대로 그렸다는 데에 작가의 현실감각이 날카롭게 드러나 있으며, 이 희곡이 가지는 현실적·연극사적 의미가 있다.
“이 시대에서 숙명적으로 리얼리즘의 세례를 받은”(작가의 말) 유치진은 이 작품을 시작으로 <버드나무 선 동네 풍경>(1933)·<소>(1934) 등 당시의 농촌현실을 고발한 일련의 작품을 쓰게 된다.
작가는 뒤에 이 작품에 대하여 “이 만큼이라도 관객의 마음을 포착한 것은 작품이 예술적인 것보다 자기 표현에 굶주린 우리 관중에게 우리의 병든 현실을 추출해 준 데서 온” 것이라고 하였다.
한 작가가 ‘병든 현실’에 과감히 직면해서 쓴 작품으로, 솔직하고 침통하게 비극적 현실을 파헤치려는 작가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