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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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의 각 기(氣)의 일시를 정하기 위하여 태양의 황경(黃經)에 따라 1년을 24등분해 24절기로 나눈 역법(曆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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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24절기의 각 기(氣)의 일시를 정하기 위하여 태양의 황경(黃經)에 따라 1년을 24등분해 24절기로 나눈 역법(曆法).
내용

한 기와 다음 기 사이의 간격을 계산하는 데 쓰는 역법이다. ≪칠정산내편 七政算內篇≫의 제2장 태양에서는 이것을 항기(恒氣)라고도 적고 있다. 24기는 절기와 중기(中氣)가 교대로 배치되어 있으므로, 한 절기에서 다음 중기, 또는 한 중기에서 다음 절기 사이의 평균간격을 쓰는 셈이 된다.

한편 절기와 다음 절기 사이의 평균간격은 1태양년=365.24199일을 12로 나누어서 절월(節月)이라고 하므로, 1절월=365.242199일÷12=30.43685일이 되고, 24기의 각 기의 평균간격은 1절월의 반인 반절월=15.21843일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24기의 일시를 계산해 보면 절기와 중기는 양력 1월부터 6월까지는 대체로 매달 6일과 21일경에 있고, 7월부터 12월까지는 각각 8일과 23일경에 들게 된다.

이 결과와 실제의 24기의 일시 사이에 1일 정도 차이가 날 때가 있다. 특히 2분2지(二分二至), 즉 춘분·추분과 하지·동지 때에는 태양이 춘분점·추분점이나 하지점·동지점에 있어야 하는 데도 그 자리에서 어긋나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 것은 평기에 의한 계산의 결함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까닭은 태양이 황도(하늘의 적도에 대해 23°5′ 기울어져 있는 태양의 궤도)에 따라 움직이는 속도, 즉 지구의 공전(公轉) 속도가 일정하지 않고, 타원궤도를 돌 때 태양이 가까울 때는 빨리, 멀 때는 느리게 돌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1609년에 케플러(Kepler,J.)가 그의 둘째 법칙으로 발견한 것이지만, 이런 태양운동의 부등(不等)은 동양에서는 북제(北齊)의 장자신(張子信)에 의해서 그 현상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는 서양에서도 그리스의 프톨레마이오스(Ptolemaeos) 이전에 알려진 현상이다. 이러한 태양운동의 부등, 즉 동양에서 이르는바 일행영축(日行盈縮)은 24기를 정확하게 정하는 데 고려되어야 하므로 이것이 평기에 대해서 정기(定氣)로 불리는 방법이 생기게 되는 까닭이다. 장자신은 실제로 이런 사실을 고려한 정확한 역서(曆書)를 만들지는 않았으나, 이 일행영축의 방법을 실제의 역법에 채택하여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은 수나라의 유작(劉焯)이다.

그러나 실제로 역서에서 정기가 쓰인 것은, 청나라 때에 이르러 서양 천문학의 지식이 가미되어 만들어진 시헌력(時憲曆)부터의 일이고, 그때까지는 평기의 방법이 쓰였다. 그 까닭은 정기에 의한 계산이 평기의 경우보다 더 복잡한 반면에, 실제 태양의 위치, 즉 정기에 의한 24절기의 일시와 평기로 계산된 일시가 그리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는 일이 없고, 서민생활에 큰 불편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나라의 역법은 종래 중국의 것을 준용하였던 관계로, 평기의 방법을 역시 오랫동안 써왔는데, 정기의 방법으로 바뀐 것은 청나라에서 시헌력이 도입된 1653년(효종 4) 이후의 일이다.

≪증보문헌비고≫의 상위고(象緯考)에 보면, 시헌력이 도입된 이후에도 그 계산에 필요한 표(表)가 도입되지 못한 까닭에 우리 나라의 역일(曆日)과 청나라의 역일이 잘 맞지 않다가 1706년(숙종 32)에 북경에서 계산법 서적을 구입하고 돌아온 후부터 24기의 시각이 분초까지 잘 맞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전에 평기를 썼던 실례로서 세종대의 역계산의 규범이었던 ≪칠정산내편≫에서 역일의 예를 찾아보면, 사정(四正)의 정기를 구한다는 대목 아래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동지와 하지는 영력(盈曆)과 축력(縮曆)의 두 끝이 되는 위치이며, 항기 즉 평기가 그대로 정기가 된다.……”

사정은 춘분과 추분, 하지와 동지, 즉 이분이지를 가리키고 24기의 4개의 기준이 되는 중기이다. 또, 영력과 축력은 실제 태양의 운동이 부등속운동이기 때문에, 등속으로 도는 평균운동보다 앞서거나 뒤지는 동안을 각각 말한 것이다.

실제 태양의 위치가 정기, 평균등속운동을 하는 가상적인 평균 태양의 위치는 평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앞 구절의 뜻은 동지와 하지에는 실제 태양의 위치로 평균 태양의 위치를 나타낸다는 것으로[以恒氣爲定], 평균 태양의 위치를 정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동지와 하지는 태양이 남중(南中)할 때 지면에 수직인 막대(圭表라고 함)의 그림자 길이를 재어 각각 1년 내 최대 및 최소의 값을 가지게 되는 시기이므로, 실제로 측정이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태양의 운동의 지속(遲速:더딤과 빠름)이 0인 이 날을 기준으로 하여 잡은 셈이 된다. 그러므로 동지나 하지부터 시작해서 24기의 평균간격인 15.21843일을 차례로 더해가면 평기법에 의한 절기나 중기의 일시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실상 서민생활에서 이분이지의 4개 절기(節氣)를 제외한 다른 20개의 절기나 중기를 정확하게 알아야 할 필요는 거의 없으므로 평기법을 올바른 정기법 대신 오랫동안 쓰게 된 것으로 짐작된다.

평기와 정기의 차이가 태양 운동의 지속, 즉 일행영축에 유래하는 것과 비슷한 사정은, 역시 지구 둘레를 타원운동하는 달의 운동의 지속, 즉 월리지질(月離遲疾)에서 평삭(平朔:한 달의 평균일수가 日朔望月로 되도록 큰 달과 작은 달을 안배하는 역법) 또는 경삭(經朔)과 정삭(定朔)의 차이가 생기게 된다.

이는 삭(朔:음력 초하루)이나 망(望:음력 보름)이 일어나는 시각을 달의 평균운동으로 따지는가, 또는 실제운동에 의해서 정하는가를 말한 것으로, 이는 평기와 정기의 차이에 비해서 훨씬 크다. 또 눈에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일식(日食)·월식(月食)의 계산이나 예보에 중요한 구실을 하였기 때문에 일찍부터 역법에 쓰였다.

참고문헌

『칠정산내편』(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73)
『한국의 책력』(이은성, 전파과학사, 1978)
집필자
현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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