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소설은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초겨울 12시가 지난 밤 남루한 학생모를 쓴 한 청년이 홍문동(弘門洞) 윤상호(尹商浩) 집의 툇마루에 올라서는 것으로 시작된다. 청년의 학생모 밑으로는 오랫동안 자르지 못한 듯한 머리가 덥수룩하고, 이마에는 여러 해 동안 고생을 겪어 온 흔적이 남아 있다.
툇마루 뒤의 방에는 카이젤 수염을 한 남자가 18~19세 된 여자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자는 주1을 피우면서, 여자에게 이상한 웃음을 짓기도 하고 목소리를 높여 위압을 가하기도 한다. 여자는 남자의 위세에 마음이 약해지고 공포를 느끼며 후들후들 몸을 떨기도 한다.
학생모를 쓴 청년이 들어가자 두 사람은 흠칫 놀라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러다가 남자가 “에익, 이 더러운 놈!”이라고 되뇐다. 그러자 청년은 “무엇이 어째?”라고 하며, 종으로 생활하며 온갖 고생을 하다가 사랑하는 여자까지 빼앗겼다고 외친다. 그러고는 들고 있던 칼로 남자를 찌르고, “우리가 더 산들 무슨 시원한 세상을 보겠냐?”라며 여자의 목을 찌른 후 다시 자신의 가슴을 찌른다.
2장에서 4장은 앞선 일의 연유를 설명하는 데 할애된다. 시간을 역전시키는 구성 방식은 신소설에서 단조로운 순차적 시간의 흐름으로 사건을 다루던 것과 차이를 지닌다. 청년은 개성(開城) 김 시종(侍從)의 아들 춘원(春元)인데, 본래 김 시종의 집안은 재산도 넉넉했고 자손도 번창했다. 그런데 유행하던 괴질(怪疾)에 일가친척이 모두 죽자 김 시종은 술을 가까이 한다. 더구나 벌여 놓은 장사 역시 모두 망하고 만다. 실의에 차서 타지를 떠돌던 김 시종은 주2의 객이 되고, 김춘원의 어머니마저 병을 얻는다.
이후 김춘원과 어머니는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데, 유일한 낙은 김춘원과 어렸을 때 약혼한 이영애(李永愛)의 문안을 받는 일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 역시 아버지의 뒤를 따르고 이후 김춘원은 이리저리 떠도는 신세가 된다. 그는 처음에 외가에 기대어 밥을 얻어먹고 지내다가, 경성으로 와서 윤 참봉(參奉) 집에서 심부름하는 하인이 된다. 윤 참봉의 아들 상호는 장안에서 소문난 난봉꾼이었다. 윤 참봉이 세상을 떠나자 윤상호는 이영애에게 흑심을 품고, 결국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김춘원이 칼을 들고 윤상호를 찾았던 것은 그를 벌하고 자신과 이영애의 ‘한의 일생’을 마감하기 위해서였다.
「한의 일생」은 김 시종이라는 양반 가문의 몰락 과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것은 같은 작가의 다른 소설인 「박명」 · 「재봉춘(再逢春)」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한의 일생」에서는 개성이라는 공간에서 장사를 하던 김 시종 일가가 몰락하는 모습을 함축적인 방식으로 다루어, 봉건적인 잔재 속에서 자본이 기형적으로 축적되어 갔던 식민지 현실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결말 부분에 제시된 “세상이 이런 줄을 오늘에야 알겠다.”라는 외침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원리가 지배하는 근대 질서를 뒤늦게야 깨달은 김춘원의 독백이다. 「한의 일생」은 김춘원이라는 인간의 일생을 통해, 조선이 식민지로 전락한 현실과 강자에 의해 지배당하는 약자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