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삼매론』은 남북국시대 통일신라 승려 명효가 『화엄경』 중에서 해인삼매를 논술한 불교서이다. 명효는 7언 28구 196자의 게문으로 57각의 회독문(回讀文)의 도장(圖章)을 만들어 해인삼매를 논하였다. 이 책은 도인(圖印)을 중심으로 먼저 대의를 말하고 다음에 해인삼매가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다음에 도인이 의미하는 바를 풀이하면서 『화엄경』의 중요한 내용을 간추려 문답형식으로 설명하였다. 이 책의 도인은 모든 경(經)의 깊은 뜻이 다 간직되어 있고, 모든 부처님의 공덕이 두루 다 포함되어 있는 다라니라 하였다.
1권 1책. 『화엄경』 중 십지품(十地品)의 요지인 해인삼매(海印三昧)를 논술한 책이다.
의상(義湘)이 7언 30구 210자의 게문(偈文)으로 54각(角)의 인도(印圖)를 만들어 화엄의 교리를 표시한 것과 같이, 저자가 7언 28구 196자의 게문으로 57각의 회독문(回讀文)의 도장(圖章)을 만들어 논하였다.
이 책은 도인(圖印)을 중심으로 앞뒤에 논의형식을 갖추었는데, 먼저 대의를 말하고 다음에 해인삼매가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일반적인 설명이 끝난 다음 다시 도인을 가지고 그 도인이 의미하는 바를 풀이하면서 『화엄경』의 중요한 내용을 하나하나 간추려 짤막하게 설명해 가는 문답형식으로 구성하였다.
대의에서는 수행의 목표는 크고 깊은 도리(道理)를 자기 안에 실현시키는 것이므로 도는 찾아 행해야 하고, 이(理)는 알아 제 것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다음에 해인삼매는 수행자로 하여금 물러섬이 없는 경지〔不退地〕에 속히 도달하게 하는 대삼매(大三昧)를 이루어, 적은 방편을 써서 큰 이익을 얻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였으며, 이 책의 도인은 모든 경(經)의 깊은 뜻이 다 간직되어 있고, 모든 부처님의 공덕이 두루 다 포함되어 있는 다라니(陀羅尼)라 하였다.
저자는 계속하여 이 다라니를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하였다. 첫째 이 다라니는 무엇을 본체(本體)로 하고 있고 그것은 어떻게 표현되며, 어떠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가, 둘째 그 다라니가 지니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밝혔다.
이 다라니의 본체는 일심(一心)이고, 그 표현은 이지(理智)와 사지(事智)의 두 가지 지(智)이며, 그 작용은 응신(應身)과 화신(化身)의 두 가지 몸으로, 두루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을 수용하여 중생을 교화하되, 그 교화기능이 멈추는 날이 없는 것으로 보았다.
다음에 저자는 이 책의 중심인 도인과 게송을 제시하였는데, 그 게송을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생사와 열반(涅槃)은 다른 것이 아니요, 번뇌와 보리(菩提)의 몸은 둘이 아니네. 열반이 가까이 있어도 아는 이 없고, 보리가 가까이 있어도 매우 보기 어렵네. 몸과 마음은 본래 생멸(生滅)함이 없고, 모든 법(法)들이 또한 그와 같도다. 생함도 멸함도 주함도 없는 곳, 이것이 곧 보리 열반의 몸일세. 지자(智者)는 하나 안에서 일체를 알고, 일체의 법 안에서 하나를 아니, 무량한 법이 곧 그 하나의 법이요, 하나의 법이 곧 무량한 법일세. 하나의 불국토(佛國土)가 시방의 나라들을 가득 채우니, 한 나라의 본형(本形)은 또한 크지도 않네. 한 불국토에 시방세계 다 들어 있으나 모든 세계들이 겹치는 일이 없고, 한 티끌 속에 시방의 나라들이 들어 있고, 모든 티끌 속에 또한 그와 같으나, 한 티끌이 늘거나 커지는 것이 아니니, 모든 나라의 본래 모습이 항상 여여(如如)한 까닭일세. 헤아릴 수 없이 광대한 시간을, 지자는 곧 한 생각이라고 깨달으니, 한 생각이 일찍이 길게 늘어난 일이 없고, 긴 시간이 또한 조급히 줄어든 일도 없네. 시방을 찾아다니며 성불(成佛)하기를 구하였으나, 몸과 마음이 예로부터 성불되었음을 몰랐고, 지난날 정진하며 생사를 버렸으나, 생사가 열반인 줄을 모른 것일세.”
이와 같은 도인과 게송을 제시한 뒤, 저자는 이 법문이 능히 모든 보살의 혜안(慧眼)을 열고 소원을 성취시키며, 정토에 태어나고자 하는 모든 수행자들이 간단없이 이 법을 타고 가면 속히 불과(佛果)를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 부분은 논의 수행공덕분(修行功德分)에 해당한다.
저자는 다시 인상(印象)은 뜻을 표현하는 것이고, 송문(頌文)은 『화엄경』 전체 중의 요의를 총괄해서 노래로 만든 것이라 하였다. 인(印)의 줄이 시작과 끝이 없는 것은 도(道)에 시간적 · 공간적 차별이 없음을 나타내기 위해서이며, 인의 도에 굴곡이 많은 것은 진리가 연(緣) 따라 기(機) 따라 차별상을 띠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또한 56의 각으로 표시한 것은 수행 52위(位)에다 사섭법(四攝法)을 닦아 중생을 제도한다는 4를 더하여 56으로 하였고, 인의 4면에 각각 14자로 한 것은 십바라밀(十波羅蜜)과 사섭법을 떠나서는 보살행(菩薩行)이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게송의 본문에 대하여 저자는 길게 주석하지 않고 있다. 그 까닭은 행자들이 적은 글을 통하여 많은 뜻을 깨닫기를 바라기 때문이요, 행자들이 공연히 근본을 버리고 지말(枝末)을 좇아다니며 문구나 헤아리다가 큰 이익을 잃어버릴까 두렵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끝으로, 이 다라니의 깊은 뜻은 다음 아홉 종류의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경계가 아니라고 하여 잘못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의 경계를 열거하였다.
① 범부가 아는 경계가 아니다. ② 세속적인 지혜로써 알 수 있는 경계가 아니다. ③ 법상(法相)을 분별하는 경계가 아니다. ④ 성문(聲聞)이나 연각(緣覺)의 경계가 아니다. ⑤ 공견(空見)을 가진 행자의 경계가 아니다.
⑥ 산란한 마음으로 많이 들었다고 하는 자가 알 수 있는 경계가 아니다. ⑦ 변견(邊見)을 가진 중생의 경계가 아니다. ⑧ 단견(斷見)을 가진 중생의 경계가 아니다. ⑨ 상견(常見)을 가진 중생의 경계가 아니다.
이 책은 중생의 본성이 청정하여 늘지도 줄어들지도 않는 것이라는 『화엄경』의 요지를 천명한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문화 유산의 하나라고 평가받고 있다. 현재 판본으로 전해지는 것은 없으나 『대일본속장경(大日本續藏經)』 및 『대정장경(大正藏經)』 제45권에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