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이란 천지가 처음으로 새로 생김(天開地闢)과 어지러운 세상이 뒤집혀 다시 평화로워짐(治亂太平)의 의미로 동양 고대에서부터 사용되던 개념이다. 이 말은 일찍이 중국에서 사용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의미로 썼다.
그런데 천지개벽을 분기점으로 그 이전을 선천, 그 이후를 후천이라고 하여 개벽과 선·후천이라는 개념이 한국민족종교 창시자들에 의해 또 다른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이들은 자기들이 살았던 시대를 기점으로 하여 그 이전을 선천, 그 이후를 후천으로 보고, 선천의 세상은 묵은 세상, 낡은 세상으로 불평등·불합리·부조리한 세상이었으나, 후천의 개벽된 세상은 그와 반대로 평등·합리·정의롭고 공명정대한 살기 좋은 낙원의 문명세상이 된다는 것이다.민족종교 창시자 중에서도 수운(水雲)·일부(一夫)·증산(甑山)·소태산(少太山) 등이 대표적이다.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는 천지창조 후, 특히 천황씨(天皇氏) 이후 수운 자신의 득도 전 까지를 선천의 개념에 넣고, 그 이후 앞으로 5만년까지를 후천으로 잡고 있다. 수운의 도는 후천 5만년의 무극대운(無極大運)을 타고 창립되었다고 한다. 손병희(孫秉熙)는 수운의 개벽사상을 인(人)개벽·물(物)개벽으로 풀이하였는데, 인개벽은 정신개벽이요, 물개벽은 육신개벽이라고 말하였고, 이돈화(李敦化)는 이를 더 구체화시켜 정신개벽·민족개벽·사회개벽으로 풀이하였다.
한편, 천운에 따라 후천 5만년 대운의 주재자가 된 수운도 어쩔 수 없이 밀어닥치는 천조(天造)의 악운을 피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 때 생기는 인류의 대환란(大患亂)이 괴질(怪疾)이며,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대병난(大病難)이 얼마동안 인류를 괴롭힌다는 것이다. 그러나 괴질운수가 지내고 나면, 만고 없는 무극대도가 후천 5만년의 운을 담당하여 후천선경(後天仙境)을 이루게 된다고 보는 것이 수운의 후천개벽에 대한 견해였다.
일부(一夫) 김항(金恒)은 동양 전래의 『주역(周易)』을 선천의 사상으로 보고 후천역(後天易)에 해당하는 『정역(正易)』을 저술하여 그의 후천개벽 사상을 전개하고 있다. 일부의 후천개벽 사상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일월개벽(日月開闢)과 신명개벽(神明開闢)이다. 일월개벽이란 우주의 운행질서 자체의 변화를 말하는데, 선천의 잘못된 건곤(乾坤·天地·陰陽)이 바른 위치를 잡게 된다는 것이다. 『주역』에서 구별하였던 복희역(伏羲易) 선천과 문왕역(文王易) 후천이라는 개념이 문왕역 선천과 정역 후천이라는 도식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신명개벽이란 인간의 정신세계의 개벽을 의미하는데,여기서 신명이란 곧 인간의 내적 정신세계를 가리킨다. 그는 일월개벽이 이루어짐과 아울러 인간의 신명개벽이 이루어져야 완전한 개벽이 된다고 보았다.
증산(甑山) 강일순(姜一淳) 역시 그가 살았던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전을 선천 그 이후를 후천으로 보고, 선천은 상극(相剋)으로 후천을 조화(調化·造化)로 규정하였다. 그의 개벽공사는 천(天)개조공사·지(地)개조공사·인(人)개조공사로 나눌 수 있다. 천개조란 하늘을 뜯어고치는 공사를 말한다. 하늘에는 노천(老天)과 명천(明天)이 있는데, 선천 5만년은 노천이고, 이 노천을 명천으로 뜯어고친 공사이다. 지개조란 땅 고르는 공사다. 박토·옥토를 없애 모두가 옥토가 되게 하고, 세계의 지운(地運)을 통일하여 지덕을 높이는 공사, 잘못된 지축을 바로잡는 공사 등이다. 인개조란 인간의 존엄성을 높인 공사다. 증산은 천존(天尊)과 지존(地尊)보다 인존(人尊)이 크다고 말하고, 전선무악공사(全善無惡公事)를 통해 후천에는 모두가 도통군자가 된다고 했다. 증산의 후천개벽설의 특징은 자신이 상제(上帝)의 권능과 힘으로 세상의 운도를 뜯어고쳐 후천선경이 되게 했다는 점이다.
소태산(少太山) 박중빈(朴重彬)이 본 후천개벽은 낡은 세상이 지내가고 새로운 세상이 돌아온다는 관점과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되고 낙원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정신개벽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소태산은 지금 세상은 ‘묵은 세상의 끝이요 새 세상의 처음’이며, ‘어두운 밤이 지내가고 바야흐로 동방에 밝은 해가 솟으려는 때’라 하여 일대 획기적 변화의 시대임을 밝히고 있다. 그는 전체적인 입장에서 지금까지와는 크게 다른 새로운 차원의 세상으로 옮겨지고 있음을 말한 것이다. 소태산은 앞으로 돌아올 큰 문명세계를 ‘대명천지(大明天地)’ 혹은 ‘양세계(陽世界)’라 부르기도 했다. 이는 과학으로 인한 물질문명과 도덕으로 인한 정신문명이 크게 떨치는 세상이 도래되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소태산은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포어(開敎標語)를 내걸고 개교동기(開敎動機)에서도 이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