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을 구성하는 모든 암석은 용식작용을 받는데 특히 석회암은 탄산가스가 함유된 물에 잘 용식되어 돌리네와 석회동굴같은 특이한 카르스트 지형을 만들어 놓는다. 이때 석회암을 용식시킨 물 속에는 탄산칼슘과 탄산가스가 들어 있는데 이 물이 동굴속으로 스며들어 동굴 대기와 만나면 다시 물속에 있던 탄산가스가 방출되고 탄산칼슘이 일부 침전된다.
그러나 처음 발달한 석회동굴은 물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침전작용이 일어나기 어렵다. 침전작용이 일어나는 것은 동굴의 물이 빠져나가고 동굴 내부가 공기로 채워지는 순간부터이다. 동굴에 공기가 채워지고 동굴속으로 스며드는 물 속의 탄산칼슘이 침전되면서 각종 지형이 새롭게 동굴을 채우게 되는데 이들 지형을 스펠레오뎀(speleothem)이라고 한다.
스펠레오뎀에는 점적석(點滴石, dripstone)과 유석(流石, flowstone)이 있다. 점적석은 동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에 의해 형성된다. 물방울이 떨어지기 직전에 탄산가스의 방출과 탄산칼슘의 침전은 물방울 표면에서 일어나는데 그 결과로 만들어지는 것이 가느다란 관 모양의 짚종유석 혹은 관상종유석(管狀鐘乳石)이라 불리는 것이다. 동굴 천장에 무리지어 매달리는 짚종유석은 굵기가 물방울 크기만 한데 이 짚종유석이 굵어지고 길어지면 종유석이 된다.
이러한 성장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종유석에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환상구조가 관찰된다. 유석은 물이 넓게 퍼지면서 흘러내리는 동굴벽에 형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종유석은 마치 창문에 달아놓은 커튼 모양이라고 해서 이를 커튼 종유석이라고 하는데 다른 말로는 종유 커튼, 포상종유석(布狀鐘乳石), 베이컨 시트(bacon like sheets)라고도 부른다. 베이컨 시트라는 말은 마치 삼겹살을 닮았다는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에는 석회암 지역에 다양한 규모의 석회동굴이 발달해 있고 이들 동굴들 속에는 많은 종유석들이 형성되어 있다. 특히 영월의 연하굴(蓮下窟)은 총길이가 200미터로 짧지만 천정은 화려한 짚종유석으로 단장되어 있다. 미공개 석회동굴인 연하굴은 우리나라에서 종유석의 단위면적당 밀집도가 가장 높은 동굴로 알려졌다. 단양의 천동굴(泉洞窟)에도 동굴의 규모에 비해 전형적인 짚종유석이 밀도있게 형성되어 있다. 삼척 환선굴(幻仙窟)의 ‘도깨비 방망이’는 우리나라 석회동굴에 발달한 종유석 중 가장 큰 규모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