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각경』은 당(唐)시대인 693년에 북인도 출신의 역경승(譯經僧) 불타다라(佛陀多羅)가 한역(漢譯)한 불경으로, 관심(觀心) 수행을 위주로 하여 원만한 깨달음(覺)에 이르는 요법(要法)을 설한 것이다. 이 경은 산스크리트어 원본(原本)이 없어서 중국의 위경(僞經)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규봉종밀(圭峯宗密, 780~841: 중국 화엄종의 제5조(祖))은 『원각경』에서 인간 본원(本源)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인물로, 선(禪)을 바탕으로 회통하는 사상적 논증을 펼치며 여러 사상들 간의 미세한 차이를 정확히 짚어내는 적절한 비유로 회통사상을 펼쳤다. 종밀의 가르침은, ‘생명체라면 누구에게나 청정하고 무한한 능력이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이와 같은 관점(觀點)에서 종밀은 『원각경약소』를 저술하였다고 볼 수 있다.
종밀이 저술한 『원각경약소』는 중국에서 『원각경』의 이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텍스트[교과서]로 널리 인정받았기 때문에 송(宋) 시대에도 목판으로 간행되었으며, 이 판본이 고려로 전래되어 고려에서 재차 복각(復刻)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글씨체[書體]와 판심 및 판각기법으로 보아, 14세기 경 고려시대에 송판본(宋板本) 계열을 번각(飜刻)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문의 이미지로 보아, 인쇄된 후 불복장(佛腹藏)의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낙서나 독서의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이며, 인쇄 상태는 선명하고 깨끗하다. 또한 보기 드믄 장정인 포배장(包背裝)의 형태로 제책되어 있음이 그 특징이다.
의천(義天)의 『신편제종교장총록(新編諸宗敎藏總錄)』에 ‘약소(略疏) 4권(혹 2권)’이라 하였는데, 이 판본은 상 · 하의 2권에 각각 1 · 2로 분할된 2권 4책 중에서 ‘권상(卷上)의 제2권(之二)’임을 알 수 있다. 여말선초(麗末鮮初)의 인쇄본으로 불복장의 용도로 추정된다.
1권 1책. 목판본. 포배장(包背裝). 판곽은 사주단변(四周單邊)이고, 전곽(全郭)의 크기는 22.2㎝✕52.4㎝로 유계(有界)이며, 판심은 전엽(全葉)으로 10행 13자이다. 주는 소자쌍행(小字雙行)으로 되어 있다.
의천(義天)은 제종교장(諸宗敎藏)의 목록인 『신편제종교장총록』에서 종밀의 『원각경약소(圓覺經略疏)』4권 및 『원각경약소과(圓覺經略疏科)』2권을 비롯한 『원각경대소(圓覺經大疏)』6권, 『원각경대초(圓覺經大鈔)』26권, 『원각경도량수증의(圓覺經道場修證儀)』 18권 등 종밀의 모든 연구 소초(疏鈔)를 수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종밀의 저술 모두를 매우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각경』은 고려의 보조국사 지눌(知訥)이 깊이 신봉하여 “요의경(了義經)”이라 한 뒤 한국 불교에서 크게 유통되면서 한국 불교 조계종(曹溪宗)의 소의경전(所衣經典)으로 채택되어, 한국불교 전문강원(專門講院)의 사교과(四敎科) 과정의 필수과목으로 학습되고 있다. 참선(參禪)의 수행(修行)에도 그 지침(指針)이 되는 중요한 경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