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바탕에 수묵담채(水墨淡彩). 세로 264㎝, 가로 121㎝.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내금강 진주담(內金剛眞珠潭)」과 대련(對聯)이다.
보덕굴(普德窟)은 내금강(內金剛) 법기봉(法起峰) 만폭동에 있는 보덕암 앞 절벽에 높게 매달린 암자로서, 절벽 중턱에 구리 기둥으로 받치고 쇠사슬로 붙들어 매단 희귀한 건물이다. 이 암자는 고된 수행정진이 이루어지는 깊은 산 속 고요한 산사가 주는 고독한 분위기가 감돈다. 보덕굴은 눈썹지붕, 팔각지붕, 맞배지붕, 우진각지붕을 층층히 쌓아 올려 단층이지만 3층처럼 보이게 만든 독특한 건축양식을 지니고 있다. 이 암자는 주변의 뛰어난 자연경관과 더불어 절경을 이룬다.
변관식(卞寬植)은 보덕굴의 독특한 외관과 금강산의 산세가 조화를 이룬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냈다. 화면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보덕굴은 커다란 소나무에 가려져 있어 은둔해 있는 듯한 산사의 분위기가 더욱 강조되었다. 그 뒤로 법기봉이 중첩되어 있는데, 화면의 가장 높은 곳에는 구름과 안개에 가려져 산세의 일부만이 드러나 있을 뿐이다. 비교적 연한 묵법에 의한 원경 처리로 인해 금강산은 더욱더 높아 보이며 자연의 장대한 아름다움을 나타낸다. 절경에 취하여 손가락으로 보덕굴을 가리키며 길을 걸어가는 인물들이 인상적이다. 보덕굴 아래 시원한 물보라를 튕기는 분설담 폭포 위에 보덕굴로 걸어 올라가는 인물들의 모습은 금강산이 다가갈 수 없는 신비의 세계가 아니라 우리나라 산천의 일부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보덕굴의 오른편에 용비늘에 쌓인 듯한 거송(巨松)이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다. 바위 절벽의 표면감은 흑백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는 전형적인 적묵법(積墨法)으로 나타냈고 바위, 소나무, 절벽 등이 서로 엇갈리면서 거리감을 표현하고 있어 마치 깊은 산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준다.
왼쪽 상단의 제발(題跋)은 변관식이 즐겨 쓴 이태백(李太白)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이다.
“문여하사서벽산(問余何事棲碧山, 왜 푸른 산에 사느냐고 내게 묻는다면)
소이부답심자한(笑而不答心自閑, 대답하지 않고 그냥 웃으니 마음이 한가하네.)
도화유수묘연거(桃花流水杳然去, 복사꽃잎 물 위에 떠 아늑히 흘러가니)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이곳이 바로 사람 발길 닿지 않는 별천지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