닳아지는 살들

현대문학
작품
이호철(李浩哲)이 지은 단편소설.
목차
정의
이호철(李浩哲)이 지은 단편소설.
내용

이 작품은 1962년 7월 『사상계』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5월의 어느 날, 맏딸이 밤 12시에 귀가한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는 일흔이 넘은 집주인과 그 곁에 며느리 정애, 막내딸 영희가 응접실 소파에 앉아 있다. 은행장으로 근무하다가 은퇴하고 명예역으로 이름만 걸어놓고 있는 이 늙은 가장이 기다리는 딸은 사실은 이북에 있는 자식이다. 이들이 거주하는 집은 조용하고 썰렁하지만 어딘가에서는 꽝당꽝당하는 괴음이 들려온다. 시아버지와는 다른 성격으로 백치가 되어버린 며느리 정애는 이 집 맏딸의 시사촌 동생으로 알려진 선재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음을 가족들에게 말해준다. 선재는 언젠가는 영희와 약혼할 사람으로 가족들에게 공인된 청년이다. 그 때 마침 성식이 층층 계단을 내려와 영희 등등에게 왜 그렇게 앉아 있냐고 묻는데, 영희는 바짝 야윈 파자마 차림의 오빠를 비꼰다.

술에 잔뜩 취한 선재가 돌아오자 영희는 그를 부축하고 2층으로 올라가고 이에 성식도 이층으로 올라간다. 선재의 품에 안긴 영희는 정체불명의 쇠망치 소리가 무섭다고 하소연한다. 영희는 오빠 성식의 방으로 가서 선재와 지금 막 결혼했다고 말하지만 오빠는 그냥 말이 없이 물끄러미 천장만 올려다본다. 밤 열두 시가 가까워지자 늙은 주인은 불안한 어린애처럼 두리번거린다. 그 순간, 시계가 열두 시를 치기 시작하자 가족 모두의 시선이 시계와 늙은 주인인 아버지를 향한다. 시계가 12시를 다 치자 복도로 통하는 문이 열리며 이상한 웃음을 띤 식모가 나타나 변소에 다녀왔다고 말한다. 영희는 식모를 가리키면서 정말 12시가 되니 언니가 왔다고 아버지에게 소리친다. 아버지는 영희의 부축을 받으면서 허공에 대고 허우적거린다. 꽝당꽝당하는 쇠붙이 두드리는 소리는 밤새도록 이어진다.

의의와 평가

이 작품은 제7회 동인문학상을 수상작으로, 응접실이라는 폐쇄적 공간을 내세워 역사적 전망으로부터의 차단됨을 극대화시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그 특징이 있다. 또한 매일 밤 돌아올 리 만무한 맏딸을 기다리며 가족이 치르는 의식을 통해 남북분단으로 인한 실향민의 고통과 대화가 단절된 현대인의 소외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참고문헌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한국현대문학사2』(권영민, 민음사, 2002)
『현대한국소설사』(이재선, 민음사, 1991)
집필자
이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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