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1964년 10월 『사상계』에 발표된 김승옥의 대표작으로 한 개인이 귀향과 탈향의 과정을 통해 문명화된 사회에서 개인의 자발성, 주체성, 창의성은 버려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주인공 윤희중은 고향 무진으로 내려가는 중이다. 무진은 조그마한 항구 도시로 안개가 유명하다. 윤희중의 고향 방문은 아내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그는 장인과 아내의 계획에 따라 처가 소유의 제약회사의 전무로 승진할 예정이다. 윤희중은 무진에서 중학교 동창으로 세무서장으로 근무하는 '조'와, 모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후배 박 선생과 음악을 가르치는 음악 선생인 하인숙과 술자리를 같이 한다. 이 술자리에서 하 선생은 세무서장의 요청으로 유행가 목포의 눈물을 부르게 되는데, 윤희중은 하 선생에게 연민을 느낀다. 술자리를 끝내고 나오는 길에 윤희중은 후배 박 선생이 하 선생을 좋아하며 세무서장으로 출세한 '조'가 하 선생을 결혼 대상자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 선생과 함께 밤길을 걷게 된 윤희중은 자신을 서울로 데려가 달라는 하 선생의 부탁을 받게 되고 다음날 만나기로 약속한다.
다음날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 윤희중은 어머니 묘를 찾는다. 성묘를 마치고 다시 이모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윤희중은 자살한 술집 여자의 시체를 보게 된다. 윤희중은 시체를 보며 연민을 느낀다. 오후가 되자 윤희중은 '조'를 찾아간다. 흰 커버를 씌운 회전의자 위에 자랑스레 앉아 있는 '조'에게 윤희중은 하 선생과 결혼할 거냐고 묻는다. 이에 조는 하 선생은 집안이 허술한 자신의 출세에 도움이 안된다는 듯 말한다. 그리고 조는 하 선생이 박 선생에게 받은 편지를 자신에게 보여준다고도 말한다. 이에 윤희중은 이 사실을 모르고 사랑의 편지를 보내는 후배 박 선생이 불쌍하기만 하다.
세무서를 나온 윤희중은 하 선생과 약속한 바닷가 방죽으로 나간다. 하 선생과 방죽을 걷던 윤희중은 예전에 살던 집을 찾아가며 그 집에서 하 선생과 머문다. 하 선생은 윤희중에게 서울로 데려가 줄 것을 애원한다. 그는 하 선생에게 반드시 서울로 데려가 준다고 약속한다. 이튿날 아침, 윤희중은 상경하라는 전보를 받는다. 윤희중은 하 선생에게 전해주고자 한 편지를 찢어버리며 무진을 떠나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이 작품은 안개로 상징되는 허무에서 벗어나 일상 공간으로 돌아오는 한 젊은이의 귀향 체험을 통해 개인의 꿈과 낭만은 용인되지 않는 사회조직 속에서 소외당한 현대인의 고독과 비애를 그리고 있다. 1950년대의 문학적 엄숙주의에서 벗어나 1930년대의 모더니즘을 성공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평가받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