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천사 소장 경전류는 모두 3책의 단행본으로, 『몽산화상법어약록(蒙山和尙法語略錄)』, 『현수제승법수(賢首諸乘法數)』, 『불설수생경 · 불설예수십왕생칠경(佛設壽生經 · 佛設預修十王生七經)』이다. 모두 임진왜란 이후에 간행된 것으로, 신앙의 주체인 일반민의 요구에 의해 각 지방 사찰에서 간행된 것들이다. 여기에는 당시 민중의 요구와 신앙의 양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2010년 10월 7일에 경상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고, 백천사에서 관리해오고 있다.
목판본으로 된 5침 선장본이다. 표지 서명은 『법어(法語)』로 되어 있으나, 원책명은『몽산화상법어약록』이다. 이 책은 부처님의 말씀이나 가르침을 적어놓은 것으로, 승려들의 수행서이다. 원(元)의 고승(高僧) 몽산(蒙山) 덕이(德異)의 법어를 고려때 보제존자(普齊尊者)가 초록(抄錄)하고 혜각존자(慧覺尊者)가 12결(訣)로 한역하였다. 조선조 덕종의 비인 인수대비(1437~1504)는 불교에 조예가 깊어 1471년(성종 2)에 명(明)에 가서 불경을 구입하게 하고, 1472년(성종 3)에는 세조와 예종, 의경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묘법연화경』 등 29종 2,815부의 불교경전을 간행하였다. 이때에『 몽산화상법어록』 200부도 출간하였다. 이때에 간행된 것은 모두 보물로 지정되었다.
그 이후에도 충청도 고운사본(孤雲寺本, 1516년), 강원도 유점사본(楡岾寺本, 1521년), 풍기 석륜암본(1523년), 순천 송광사본(松廣寺本, 1577년), 지리산 신흥사본(1579년) 등 널리 유통되었다. 반곽(半郭)은 가로 14.7㎝, 세로 20.3㎝로 7행 18자씩 배자되었으며, 1.2㎝간격의 판심은 상하내향삼엽화문어미(上下內向三葉花紋魚尾)가 새겨져 있다. 권말에는 시주자의 명단이 남아 있으나, 간기부분은 결장이다. 이 책의 형태는 지질(紙質)나 자형(字形), 말미의 발원문과 시주질의 기록 등이 16세기 간행본들과 유사하다.
『현수제승법수』는 불가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용어 가운데 숫자로 표시된 명목을 불경에서 널리 수집하고 수의 순서대로 배열하여 쉽게 찾아 볼 수 있게 한 일종의 사전과 같은 것이다. 화엄종의 제3조(第三祖)였던 현수(賢首)가 편집한 것을 명나라 홍무 연간에 행심(行心)이 중편(重編)하였는데, 이 책 권두에는 1387년(고려, 우왕 13)에 천태(天台) 범고가 쓴 서문이 있다. 판본 형식은 반곽이 가로 13.3㎝, 세로 18.2㎝이며, 판심은 0.5㎝로, 상하내향화문어미가 있다. 숫자는 1부터 순서대로 숫자에 대한 문구를 모아 서로의 관련 의미를 수백 종류의 도표와 그림으로 서로 도선(圖線)으로 연결하여 그 변화무쌍함을 나타내었다. 난외(欄外) 상단에는 세필로 항하설(恒河說), 공자몽존영판(孔子夢尊楹判), 곡례(曲禮), 지리양명(地里量名), 주천도(周天度) 등 이에 관한 내용들이 기록되었다. 우리나라에는 1427년(세종 9) 목판본으로 1책이 간행되었으며, 그 이후에도 합천 봉서사판(鳳栖寺版, 1500년), 전라도 고산지(高山地) 어두암판(魚頭菴版, 1570년) 등이 간행된 바 있다.
『불설수생경 · 불설예수십왕생칠경』은 두 개의 경을 하나로 합부한 것이다. 우선 「불설수생경」은 당나라 639년(정관 13)에 삼장법사(三藏法師)가 인도에 가서 대장경을 가지고 올 때 그 속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세상에 전해져 매우 유익했다고 각주에 기록되었다. 이 경은 총 23장으로, 첫 장의 지장보살로부터 각 장마다 제대명왕(諸大冥王)과 보살, 화상 등이 나열되었으며, 불교와 관련된 소화불상(塑畵佛像), 교벌도(橋筏圖), 난사난량성위도전(難思難量聖位都前) 등의 방제가 있는 그림도 있다. 그리고 서문과 더불어 각 띠마다 생상(生像)의 수납전(受納錢)과 그 방도에 대해 수록하였다. 판본 형식은 반곽이 가로 15.4 ㎝, 세로 18.5 ㎝로 8행 16자로 배자되었다. 광곽은 단선으로 무계선(無界線)이며, 판심 폭은 0.5㎝로 상하에 화문 어미가 일정하지 않다. 권말 간기에는 1568년(선조 1) 보은 속리산에서 개간한 것으로 되어 있다.
「불설예수십왕생칠경」은 당나라 성천부(成川府) 대성자사(大聖慈寺) 사문(沙門) 장천(藏川)이 지은 것이다. 총 14장으로, 사후에 극락왕생하기 위해 아미타불을 염불하면서 미리 닦는다는 내용으로 33의 찬명(贊銘)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때 해인사 목판본을 비롯해서 광교산 서봉산본(瑞峰山本, 1601년)과 조계산 송광사본(松廣寺本, 1618년) 1책이 있다. 판본형식은 광곽이 단선이며, 무계선이다. 반곽은 가로 15.4㎝, 세로 18.5㎝로 8행 15자씩 배자되었다. 권말 간기에는 1521년(중종 16) 전라도 광주 증심사(證心寺)에서 개간한 것으로 기재되었다. 유사판본으로 보은 법주사본(1568년), 미국 하바드대학 연경학사에 소장되어 있는 송광사 개간본(1628년) 등이 있다. 합부된 경책인데도 불구하고 지질 상태가 동일한 것을 보면, 제작 당시에 두 경전을 하나로 묶어 책으로 완성한 것이라 추정된다.
조선시대에 간행된 단행본의 경전류이다. 당시 목판인쇄, 판화 분야 등 서지학적으로나 서예사적으로 중요한 자료 일 뿐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경전 간행의 경향과 불교신앙의 양상을 알 수 있는 등 불교사적 연구에 사료적 가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