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산곡에서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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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이인성이 1935년에 그린 유화.
이칭
이칭
慶州の山谷に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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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서양화가 이인성이 1935년에 그린 유화.
개설

캔버스에 유채. 가로 191㎝, 세로 121㎝.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1935년 제14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최고상인 창덕궁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경주 남산 기슭에 아이를 업고 서서 첨성대를 바라보는 소년과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있는 소년이 좌우대칭을 이루는 구성이다. 인물과 풍경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이러한 화면구성은 1930년대 중반 이인성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방식이다. 화면의 2/3를 붉은 색으로 칠해 푸른 하늘과 대비를 이루는 선명한 색채 또한 이 시기 작품의 특징이다.

내용

이인성의 기량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기의 작품인 「경주의 산곡에서」는 조선 향토색을 가장 잘 구현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치 무대 세트장 같은 산기슭에 아이를 업은 소년과 누군가를 기다리듯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있는 소년이 그려져 있다. 앉아있는 소년의 발치에는 신라의 옛 도읍지인 경주를 상징하는 깨진 몇 개의 기왓장과 휜 숟가락이 놓여 있다.

이인성이 경주를 특정한 공간으로 여겼음은 1935년 1월 『신동아』에 발표한 「조선화단의 X광선」에서 “고도(古都)의 산곡(경주에서 힌트를 잡음)이라는 작품을 발표하려고 제작 중입니다.”라고 썼으나 조선미술전람회에는 ‘경주의 산곡에서’로 제목을 바꾸어 출품했던 데에서도 알 수 있다.

초목이 다 시든 민둥산을 배경으로 영화로웠던 고도(古都)를 상징하는 첨성대를 바라보는 소년과 깨진 기와를 바라보는 소년의 우울한 시선이 교차하는 이 작품에는 신라의 패망과 상실감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건강한 미래보다 과거에 집착하게 만드는 이러한 회고 취향은 일본에서 초빙된 조선미술전람회 심사위원들이 권장한 식민지 정책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향토색에 대해서 비판했던 평자들 대부분이 이 작품에 대해서는 “무조건 하고 예찬한다.”, “사물에 대한 탐구가 깊어 장래가 기대된다.”며 극찬했던 것은 1930년대 화단의 중심 논제였던 조선 향토색을 잘 담아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산기슭에 칠한 붉은 색은 바로 흙빛〔赤土〕이다. 이인성은 조선의 풍경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색채를 붉은 흙에서 찾았다. 그가 붉은 흙을 조선의 색채로 인식했음은 1934년 서울의 북한산 일대를 돌면서 쓴 글(이인성, 「鄕土를 찾아서」, 『동아일보』, 1934.9.7)에 “나에게는 적토를 밟는 것이 청신한 안정을 준다. 참으로 고마운 적토의 향기다.”라고 표현한 부분에서도 알 수 있다.

의의와 평가

조선의 기후나 자연에 의거할 것을 주장한 향토색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났던 1930년대 화단에서 이인성은 조선적인 색채를 붉은 땅과 파란 하늘에서 찾았다. 이 작품은 강렬한 원색의 사용, 치밀한 화면구성, 서정적인 분위기 묘사로 조선 향토색의 전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참고문헌

『한국근대화단의 천재화가 이인성』(신수경, 아트북스, 2006)
『한국미술100년』(국립현대미술관 편, 한길사, 2006)
『한국근대회화선집』양화4(금성출판사, 1990)
「이인성의 성공과 한계」(김영나, 『한국의 미술가/이인성』, 삼성문화재단, 1999)
「향토를 그리다」(김희대, 『한국의 미술가/이인성』, 삼성문화재단, 1999)
「이인성의 1930년대 회화 연구」(신수경, 『한국근대미술사학』6, 한국근대미술사학회,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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