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유채. 세로 96㎝, 가로 161.4㎝.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이인성이 1933년 여름부터 구상하기 시작한 이 작품은 1934년 제13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되어 특선하였다.
작품 속에는 높고 푸른 하늘이 펼쳐진 들판에 젖가슴을 드러낸 채 여인이 서 있다. 바구니를 옆에 끼고 고개를 돌려 관람자를 바라보는 반라의 여성과 민소매 원피스를 입은 단발머리 소녀의 차림은 한여름이다. 그러나 힘없이 축 늘어진 해바라기와 사과나무, 옥수수, 갈대 등 노란 빛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은 제목처럼 가을 들녘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풍경과 인물 간의 이러한 계절 불일치는 1933년 8월 대구에서 촬영한 사진 속 인물을 모델로 하였지만 풍경은 가을에 그려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장식적인 화면 구성, 강렬한 원색의 사용, 그리고 바구니를 왼손에 들고 측면을 향한 여인의 부자연스러운 몸짓과 적갈색 피부, 검은 머리를 늘어뜨린 모습까지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의 「바닷가의 여인들」과 유사하다.
원시적인 자연과 때 묻지 않은 인간의 세계를 그리려 한 점에서 이 작품은 고갱의 영향이 다분하지만 그림 속의 두 여인은 이인성의 친동생 인순과 영자라는 실존인물이다. 또 반라의 여인이 들고 있는 바구니 역시 같은 해 입선한 정물화 「장미」에 묘사되어있는 바구니와 동일한 것이며, 바구니 위에 걸쳐 놓은 보자기도 그가 화실에 늘 걸어 놓고 그렸던 소품이다. 이처럼 이인성은 고갱의 양식을 빌려왔지만 조선인의 체형과 얼굴을 지닌 인물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사물, 낯익은 풍경을 통해 조선적인 색채와 형태, 정서를 담고자 하였다.
푸른 가을 하늘, 여인의 적갈색 피부, 초록색과 노란색 식물, 붉은 대지에서 뿜어 나오는 강렬한 원색 등 풍부한 색채감각과 서정적인 분위기 묘사로 주목받았던 이 작품은 1930년대 화단에서 논쟁이 되었던 조선 향토색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연약한 여자와 어린 아이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식민지 상태인 우리나라를 전근대적이고, 여성적인 이미지로 굳어지게 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