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과슈. 가로 89.5㎝, 세로 71㎝.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일제강점기 각종 공모전에서 이름을 날렸던 이인성이 1934년 제15회 제국미술전람회(帝國美術展覽會 : 일본의 관전, 이하 제전으로 약칭)에서 입선한 수채화이다.
어느 부유한 집의 실내를 그린 작품으로, 창밖으로 푸른 하늘이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실내에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화초와 테이블, 의자 등이 배치된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인다. 화면은 초록색 관엽 식물을 중심으로 창틀과 기둥에 의해 세로로 네 등분되고, 실내는 대각선으로 구획되었다. 희미하게 묘사한 창밖 풍경과 달리 실내는 의자 위의 쿠션과 레이스로 장식한 테이블보 등에서 보이듯 매우 섬세하게 묘사하였다. 이렇게 화려한 소품들이 놓여있는 실내의 왼쪽 귀퉁이에는 색동고무신 한 켤레가 놓여 있다. 꽉 짜인 구도에 일정한 여유를 주며 시선을 유도하는 이 고무신은 출품지가 일본의 제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화가가 조선인임을 나타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배치한 향토적 소재라 할 수 있다.
붉은 색으로 칠한 실내와 초록색 화초가 강렬한 보색대비를 이루고, 창밖은 푸른색으로 탁 트인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일반적으로 수채화의 재료로 많이 사용하는 종이가 아닌 캔버스에 과슈(Gouache)로 그린 불투명수채화이다. 따라서 종이에 물로 농도를 조절한 수채화와 달리 터치가 생생하게 살아있으며, 색채 또한 매우 선명하다.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표현한 이 연속적인 작은 터치는 이인성 수채화의 특징이다.
부유한 중산층의 안락함을 보여주는 이러한 소재는 이인성이 활동하던 시기의 제전과 깊은 관련이 있다. 1930년대 초반 제전에는 역광에 의한 실내나 정원을 소재로 한 작품이 갑자기 증가하는데, 이것은 비가 계속되는 날씨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비가 계속 오면서 야외사생이 힘들어지자 화가들은 실내에서 바라본 풍경을 많이 그리게 되었고, 여기에 실내의 소품들이 결합되어 ‘풍경의 일부가 내다보이는 창문 앞의 정물’이라는 주제가 제전을 중심으로 한동안 유행했다. 불투명수채기법 또한 그가 활동했던 일본수채화협회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1931년 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이인성은 1932년 제13회 제전에 「여름 어느 날」, 1933년 제14회 제전에 「초가을의 정원」이 입선한 데 이어 1934년 제15회 제전에서 이 작품으로 연속해서 입선하며 수채화로서 명성을 얻었다.
제전에 입선한 이인성의 작품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이 작품은 수채화가로서 이인성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동시에 1930년대 제전에서 활동한 우리나라 화가의 위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