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림의 애인이었던 원봉과 그녀의 동생인 송화의 기억을 통해 송림의 삶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송림과 원봉의 갈등을 송림의 조카 달래와 원봉의 아들 세룡 사이의 문제로 다루어 세대에 걸쳐 지속되는 갈등과 화해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송림은 부모를 모두 잃고 벽계리라는 작은 산골마을에서 동생 송화와 단둘이 살고 있다. 송림은 애인 원봉과의 결혼도 미룬 채 산골마을을 잘 사는 마을로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살고 있다. 그런데 건축설계 기사인 원봉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도시로 가고 싶어 하며 맡은 일에 열정을 보이지 않는다. 원봉은 송림과 함께 도시로 가자고 하지만 송림은 젊은 사람들이 모두 떠나면 산골마을은 누가 지키겠냐고 반대해 결국 원봉 혼자 도시로 떠나간다. 고향에 남은 송림은 산간 마을을 개간하는 사업을 진행하던 도중에 산사태가 나서 목숨을 잃고 만다.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산골마을에 헌신하던 송림이 개간 사업 중 사고로 죽자 송림의 뜻을 이어 동생 송화가 사업을 이어간다. 27년이 흐른 뒤 벽계리는 잘 사는 마을로 변해있고 송화는 협동농장의 관리위원장이 되었다. 뒤늦게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며 원봉이 아들 세룡을 고향으로 보내어 사과하지만 이미 송림은 죽은 뒤이다.
1980년대 북한은 눈에 띄지 않지만 자기가 맡은 곳에서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숨은 영웅’이라고 칭하며, 문예정책면에서 이런 사람들을 발굴하여 작품으로 만들게 하였다. 그 결과 ‘숨은 영웅 형상화’ 영화가 제작되는데, 「도라지꽃」은 그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비평과 대중 모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도라지꽃」은 당시 북한에서 불거지던 도농(都農)갈등, 젊은이들이 대거 도시로 몰려가는 사회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기획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주인공 송림 역을 맡은 오미란은 이 영화로 북한영화계에서 스타가 되었으며, 1987년 평양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987년 7월 김정일이 작업필름을 직접 확인하는 등 특별한 관심을 보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