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평양」(2005)은 재일 조선인 2세인 양영희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평양 연작 가운데 1편이다. 2편 「굿바이, 평양」(2009)은 기록영화로 제작되었고, 3편 격인 「가족의 나라」(2012)는 극영화로 제작되었다. 양영희의 아버지는 제주 출신으로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와 북한국적을 선택했다. 1959년 시작된 북한의 ‘귀국사업’을 지지하기 위해 조총련 간부가 된 아버지는 1970년대 초반 당시 10대 청소년이던 세 아들을 북한으로 보냈다. 당시 나이가 6살이었던 양영희 감독만 부모와 일본에 남아 조선학교를 다녔으나 국적 문제로 아버지와 갈등을 겪고 현재 한국 국적을 취득해 일본에서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디어 평양」은 감독이 오사카와 평양을 오가며 찍은 필름을 편집하여 만든 영화로 30여 년간 평양에 있는 아들들을 뒷바라지하는 부모님의 삶과 평양에 살고 있는 오빠들의 생활을 소개하고 있다. 북한 경제가 어려워지자 문구에서부터 약품까지 모두 오사카의 어머니가 보내주고 있으며,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던 큰오빠는 북한에 간 이후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내용들이 나온다. 양영희 감독은 오랫동안 ‘왜 아버지가 자식들을 평양으로 보내서 가족들을 헤어져 살게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음을 고백하고 아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를 이해하고 가족의 갈등을 해소하려 한다.
2편 격인 「굿바이, 평양」은 평양에 살고 있는 조카 선화를 중심으로 평양의 삶을 소개한다. 「디어 평양」을 개봉했다는 이유로 평양 출입이 금지된 양영희 감독은 그동안 찍은 필름 중에서 조카 선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하였다. 평양에서 외교관을 꿈꾸며 통제된 사회 바깥의 일들에 대해 궁금해 하는 선화를 통해 양영희 감독은 조선학교를 다니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투영한다.
평양 연작의 마지막인 「가족의 나라」는 북송선을 탔던 오빠가 뇌종양에 걸려 25년만에 고향에 돌아온다는 이야기이다. 3개월의 체제 허가를 받고 왔지만 당에서 갑자기 돌아오라고 통고해 오빠는 치료도 마치지 못하고 북한으로 돌아간다. 감독은 이 작품에 대해 “그동안 기록영화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극영화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들 영화는 재일 조선인의 정체성 찾기와 가족의 새로운 공간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분단이 재일 조선인에게 미친 현실 규정력과 재일 조선인의 변화를 의미 있게 보여준다.
「디어 평양」은 제22회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월드 시네마 심사위원 특별상, 제5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상을 수상했다. 북한의 귀국사업으로 재일조선인이 처한 이중의 이산 문제를 감독의 자전적 가족 문제로 그린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