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찾기가 한창인 1983년 여름, 유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 화영(김지미)은 남편의 권유로 전쟁 때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 나선다. 해방 후 황해도 길소뜸으로 이주했던 어린 화영(이상아)은 아버지를 잃은 후, 아버지 친구의 집에서 지내다가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주는 또래의 동진(김정석)과 사랑에 빠져 아들을 낳지만 전쟁으로 서로의 생사도 모른 채 헤어졌었다. 우연히 여의도 만남의 광장에서 조우한 두 사람은 부모를 찾는 석철이 아들이라고 직감한다. 그러나 거칠게 살아온 석철의 무례한 태도에서 이질감을 느낀 화영은 친자확인을 마친 후에도 그를 아들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결국 화영에게 아들을 찾는 여정은 그녀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채 불행하게 살아온 동진을 포함해 과거와의 화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해주었을 뿐이다.
이산가족 찾기를 감상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냉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로 바라보고자 했던 영화이다. 전쟁의 비극이 단지 헤어진 가족을 찾는 것으로 해소될 수 없다는 인식은 이후 임권택 영화의 뼈대를 이루게 되는 깊이 있는 휴머니즘의 뿌리가 된다. 상처로 얼룩진 과거는 전후 30년이 흐르는 동안 급격한 사회변화로 인해 계급을 비롯한 여러가지 문제들로 심화되었으며, 결코 전쟁 이전의 상태로 환원될 수 없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김지미와 신성일의 과장되지 않은 연기가 영화의 사실주의적인 스타일을 안정된 호흡을 이끌어가는 것이 인상적이다. 국내 주요영화제에서 수상했으며, 제36회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본선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