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형성기에는 번역 한자어가 대량 생산되고, 국어 이데올로기가 형성되었지만, 1930년을 기점으로 영어를 중심으로 한 서구어 중심으로 변화되었는데, 당시 새롭게 나타난 외래어를 정리한 것이 모던외래어사전이다.
저자인 이종극(李鍾極, 1907~1987)은 1907년 평안남도 강서군에서 태어났으며, 경성사법학교 연습과를 졸업한 후, 중등교원시험 영어과에 합격하여 전남 순천공립보통학교 등에서 초등과정 교사 생활을 하였다.
본서는 이 기간 중에 집필하였으며, 외국인 중심으로 사전 편찬이 이루어지던 당시에, 한국인이 각종 문헌에 실린 외래어를 1만 3,000여 표제어로 정리한 종합외래어사전이다.
편찬 배경으로는 먼저, 「서문」에서 “도시화, 산업화, 마르크시즘, 모더니즘운동 등으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언어들을 정리하였다.”고 밝힌 것과 ‘외래어 틈입 시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의 공론장에서 유통되던 외래어의 수집뿐만 아니라, 그 용례를 폭넓게 제시하고 있어 당시의 언어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
또다른 하나는 일본에서 발행된 ‘모던어’ 관련 저작물을 들 수 있다. 1925년을 전후로 일본에서는 신생어인 유행어를 모던어라 불리면서 융성기를 맞았는데, 당시의 책 이름에 ‘모던’이라는 말을 쓴 신어 사전이 25종이 넘었다고 한다. 즉 모더니즘운동과 대중문화의 폭발적 증가가 사전 편찬에도 영향을 주었음을 제목에서 알 수 있다. 한편, 본서는 출간되기 이전부터 『동아일보』· 조선중앙일보』·『조광』 등의 언론으로부터 출간이 예고되는 등 언론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경성의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발행된 것으로 출판 당시에는『선화양인 모던조선외래어사전(鮮和兩人 모던朝鮮外來語辭典)』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속표지 앞에는 일본의 「오십음색인(五十音索引)」, 한국의 「가나다색인(索引)」이 있으며, 전체 내용은 서두부분과 본문부분, 부록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두부분의 「자서(自序, ‘조선外來語辭典에 對하야’)」는 「조선외래어론」이라는 제명으로 『조광』(1937.2)에 실었던 글을 수정한 것으로, ‘외래어 틈입시대, 외래어의 원어, 발음(A. 음의 전환, B. 음의 생략), 의미, 일본제어, 조선제어, 성구, 문장의 유입, 외래어의 조선말화, 금후의 예상, 외래어와 본사전, 감사’로 되어 있다.
또한 「범례」에는 사전에서 사용한 어적, 전문어, 인용, 견출어, 기타에 대한 약자와 기호 등이 제시되어 있다.
끝으로 「내용 목차」에는 책 전체의 목차를 제시하였으며, ‘서, 모던조선외래어사전, 동 추가, 동사화어휘, 외래자일람, 선화색인’의 순서로 되어 있다.
본문부분인 「어휘부」에는 외래어 어휘가 실려 있고, 말미의 부록부분에는 일본어에서 동사화된 외래어를 표제어로 삼아 해당 원어와 한글 발음을 제시하는 ‘동사화 어휘’와 영어로 된 외래어 약자를 표제어로 삼아 외래어를 제시하고, 한글음 혹은 용례를 제시한 ‘외래자일람’이 있다. 또한 ‘선화색인’에는 가타카나어와 한글로 표기된 외래어의 대조표를 제시해 놓았다.
표제어는 당시 조선에서 출판되던 신문과 잡지, 문학서류를 참고하여 선정하였고, 해제 작성과 조선어와 일본어의 대조표 작성에는 일본에서 간행된 모던 신어 사전류와 영어 사전류를 참고하였다. 현상 진단과 표제어들의 분류 체계 등을 확정 지을 때에는 일본 내의 외래어 연구 서적을 참고하여 만들었다.
내용면에서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당시의 공론장, 문학계, 학계에서 실제로 유통되던 외래어들을 수집하고, 동시에 말풀이[語釋] 다음에 당시의 잡지나 문학서적에서 가져온 용례를 제시하고 있어 당시의 언어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
둘째, 표기에서는 일본의 영향으로 일본식 발음을 반영한 표기로 인해 음절을 늘이거나 원음과 다르게 표기하는 현상이 있었고, 이 외에도 하나의 어휘를 여러 형태로 표기하기도 하였다. 이 중 표기의 다양성 문제는 외래어 표기 원칙의 부재로 각 문헌마다 각기 나름의 원칙에 따라 표기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역시도 당시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셋째, 외래어가 조선 내에서 파생하는 방식이나 뉘앙스(nuance:어떤 말의 기본적인 의미 이외에 문맥에 따라 달리 느껴지는 섬세한 의미 차이)를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어, 외래어의 본래 쓰임과 구별되는 조선에서의 화용 양상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일본식 외래어 발음의 개입으로 파생된 단어들을 병기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특색이다. 즉 표제어 제시와 풀이는 어휘의 다양한 의미를 제시한 후 실제로 쓰일 때의 뉘앙스 변화와 파생 상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단순한 어휘집이라기보다는 당대 언어 현실을 폭넓게 지도화한 문화적 보고라 할 수 있다.
1930년대까지 각 문헌에 실린 외래어 어휘를 집대성한 최초의 외래어사전이다. 외래어 표기법 제정 이전의 외래어 어휘 전반을 수록하고 있어 당시 외래어 표기의 경향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래어표기법 제정(1941년) 이전의 표기가 현행 외래어 표기에 미친 영향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