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동이 표현된 문장을 ‘피동문’이라 하고, 문법 법주를 강조하여 ‘피동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능동태에 대립되는 동사의 태(態)의 하나로 수동(受動)이라고도 한다.
국어의 피동 구문은 ‘단형 피동, 장형 피동, 어휘 피동’을 피동의 범주에 포함하기도 하고, 논의에 따라 이들 중 특정 기준에 부합하는 구성만이 선택적으로 피동 구문으로 보기도 한다.
피동은 주어가 어떤 행위자(동작주) 동작의 목표(대상)가 되는 관계, 즉 ‘주어(대상) -부사어(동작주)-서술어(행위 피동사)’의 관계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능동문 ‘경찰이 도둑을 잡았다.’는 경찰이 스스로 도둑을 잡은 행위를 표현한 것이지만, 피동문 ‘도둑이 경찰에(게) 잡혔다.’는 주어인 도둑이 다른 사람인 경찰에 의해 잡힌 행위를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피동문은 ‘잡히다’와 같은 피동사와 ‘-에(게)’, ‘-한테’, ‘-에 의하여’와 같은 조사를 포함하는 부사어 명사구를 가지는 문장으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본래의 목적어가 새로운 주어가 되어, 본래의 주어로부터 받는 동작이나 작용을 나타낸다.
능동태의 동사에 어간 형성 접미사 ‘-이-, -히-, -리-, -기-’를 삽입하거나, 본동사에 보조동사 ‘-지다, -되다’를 접속하여 피동태의 동사형을 만든다. 또 명사에 ‘-하다’를 연결한 동사에는 ‘-하다’를 ‘-당하다, -받다, -되다’로 대치하여 피동사를 형성한다. 능동사 중에 피동사로 바뀔 수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타동사지만, ‘날리다’, ‘다치다’와 같이 자동사인 경우도 있다.
중세와 근대국어에서는 피동 접미사에 따른 단형 피동문과 장형 피동문이 있었다. 단형 피동문에는 영형태 접미사 피동문, ‘-이-, -기-, -히-, -리-’ 접미사 피동문, ‘-오/우-’계 접미사 피동문, ‘-되다’계 접미사 피동문이 있다.
첫째, 영형태 접미사 피동문은 형태가능동사와 같은 형태의 피동사를 가진 피동문으로 중세국어까지는 생산적이었다가 17세기 전, 후반기를 기점으로 18세기에는 희소하게, 19세기에는 아주 드물게 나타났다. 그 쓰임은 중세국어에서 가장 활발하였고, 17∼19세기로 오면서 점차로 약화되어 가다가 현대국어에 와서 소멸되었다.
둘째, ‘-이-’계 접미사 피동문의 피동 접미사로는 ‘-이-, -기-, -히-, -리-’가 있다. 이들은 중세국어에서는 모음 아래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자음 아래에서도 쓰였는데, 근대국어에 이르러서는 ‘ㅎ’ 등의 몇 가지 어간말 자음 아래에서만 쓰이고 대부분 어간 말음이 모음인 경우에 쓰였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 국어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고, 점차 ‘-이-’의 쓰임은 단순화되었다. 이 중 피동접미사 ‘-기’는 후기 중세국어와 18∼19세기 국어에서 ‘ㅁ, ㄻ’ 어간 말음 아래에서 사용되다가 현대국어에 와서는 쓰임의 폭이 커져 ‘ㄴ, ㄷ, ㅊ, ㄶ’ 등의 어간 말음 아래에서도 쓰이게 되었다. 한편, ‘히-’가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은 ‘ㅋ, ㅌ, ㅍ, ㅊ’와 같은 유기음 아래인데 중세국어, 현대국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고, 근대국어에서 표기의 다양화 또는 혼란에 의해 가끔 나타난다. ‘-리-’는 어간말 자음이 모두 ‘ㄹ’인 경우에만 사용되는데 이러한 경향은 중세국어에서부터 현대국어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나타난다.
셋째, ‘-오/우-’계 접미사 피동문은 1964년 11월 간행된 『관주 성경전서』와 같은 성경책에 많이 나타난다.
넷째, ‘-되다’계 접미사 피동문은 후기 중세국어와 17세기 국어의 ‘-되다’계 피동문은 ‘-되다’ 하나만 나타난다. ‘-되다, -받다, -당하다’는 후기 중세국어나 17세기에는 피동접미사로서의 기능보다는 자동사 또는 타동사로서의 역할이 더 중심적이었다. 그러다 18세기에 와서 ‘-되다’뿐만 아니라 ‘-받아’에까지 쓰임이 확대되었다가 19세기에는 ‘-되다’만 나타난다. 그 후 현대국어에 와서 ‘-되다, -받다, -당하다’의 접미사화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하다’의 대응 피동문으로서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가지게 되었다.
다음으로 장형 피동문의 형태는 중세국어에서부터 현대국어에 이르기까지 ‘-어지-’ 형태만 존재한다. 이러한 변천 과정을 거쳐 현대국어에서는 능동문에 접미사 ‘-이-, -히-, -리-, -기-’를 붙여 피동문을 만드는 접미피동법과 ‘-아/-어지다’가 붙어 피동문을 만드는 ‘-어지다’ 피동법, 어휘 피동이 있다.
피동문은 일반적으로 능동문의 서술어가 타동사인 경우에만 가능하고, 피동사는 일부 동사에만 제한적으로 붙을 수 있어 모든 타동사를 피동사로 만들 수 없다.
피동사가 결합하지 못하는 동사에는 ‘주다, 받다, 드리다, 바치다’와 같은 수여동사와 ‘얻다, 받다, 잃다, 돕다’와 같은 수혜동사, ‘만나다, 닮다, 싸우다’와 같이 ‘와/과’를 필요로 하는 대칭동사, ‘배우다, 느끼다, 바라다’와 같은 경험동사, ‘이기다, 던지다, 지키다, 때리다’와 같이 어간이 모음 ‘ㅣ’로 끝나는 동사, 사동사 ‘먹이다, 입히다, 날리다, 숨기다, 세우다, 낮추다’, 그리고 ‘노래하다, 도착하다, 출발하다’ 등과 같이 ‘-하다’가 붙는 동사 등이 있다. 이러한 피동접사는 사동접사와 외형이 일치하는 경우가 있어 사동접사인지 피동접사인지의 구분은 목적어로 판단한다. 즉 목적어가 있는 문장의 경우 사동문으로 판단할 수 있다.(예. 고전은 시대를 초월해서 읽힌다.(피동), 선생님이 영희에게 책을 읽히신다.(사동)).
현재의 학교문법에서는 피동의 범위를 단형 피동, 장형 피동의 일부만 피동으로 인정하고 있다. 즉 ‘타동사 어근+-이-, -히-, -리-, -기-’와 ‘용언 어간+-어지다’, ‘단형 피동+-어지다’ 구성만을 피동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부사어 명사구 또는 능동문을 상정하기 어려운 피동문이 있고, 능동문과 피동문의 의미가 동일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예. 모든 아이가 사과를 한 개 먹었다.[아이들 각각이 사과 한 개씩을 먹었다/사과 한 개를 모든 아이가 나누어 먹었다-중의적 해석], 사과 한 개가 모든 아이에게 먹혔다.[사과 한 개를 모든 아이가 나누어 먹었다])
피동문에 대응하는 능동문이 없는 경우는 피동문이 어떤 현상이나 결과의 의미만을 나타내며 의지나 의도를 가진 주체를 상정하기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예: 날씨가 풀렸다./ *A가 날씨를 풀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피동문은 능동문과는 별개의 독립된 문장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모든 피동문을 능동문에서 이끌어 낼 수 없기는 하지만, 여전히 능동문과 피동문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피동의 개념과 범주를 정의하는 부분에서 다양한 견해가 있고, 현 학교문법에서는 피동의 범위를 단형 피동, 장형 피동의 일부만 인정하고 있지만, ‘단형 피동, 장형 피동, 어휘 피동’을 피동 범주에 포함해 논의하는 방식은 피동의 외연을 확장하여 한국어의 다양한 피동 현상에 대한 충분하고 효과적인 설명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또한 피동문의 통사적 특징과 의미 특징을 통해 피동이 하나의 문법 범주로 능동문과 다른 특질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