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명은 기연(錡衍·奇演·琦演·奇衍·琪演)이며, 당호는 용완당(龍浣堂) 또는 용원당(龍院堂)이다. 생애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의 작품들을 통해 19세기 중·후반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화승이었음을 알 수 있다. 즉 그의 활동 시기는 1847년 고흥 금탑사 불화 제작을 시작으로 1868년 해남 대흥사 불화 제작까지 이어지며, 작품은 주로 전라남도 순천, 구례, 고흥 일대에 전한다.
기연은 대부분의 작품을 스승 금암 천여(錦巖 天如, 1794~1878)와 함께 작업하였다. 1847년에 제작한 고흥 금탑사 아미타불도에서 수화승 천여를 모시고 작업한 기연은 화기 가장 끝에 기록되어 있다. 아마도 이때가 불화를 처음 시작한 시기로 추정된다.
그는 1851년에 순천 송광사 천자암 지장시왕도에서 수화승으로 처음 작업하였다. 이 지장시왕도에서는 전라도 지역 특유의 적색과 녹색 위주의 채색을 따른 전통 화풍을 고수하고 있으며, 작은 본존 형태 등에서 천여의 영향이 엿보인다.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권속이 배치된 일반적인 군도 형식이다. 대좌는 고식 대좌로 대좌 앞에 화문석이 깔려있고, 그 아래로 시왕이 어우러져 서류를 들여다보는 배치는 독특하다.
흥국사 극락암 칠성도(1855년)에서 수화승 기연은 달오(達悟)와 함께 작업하였다. 금륜을 탄 치성광여래가 하강하는 독특한 구성이다. 이는 일광·월광보살을 좌우보처로 삼고 칠원성군, 3대6성28숙을 권속으로 거느린 채 법륜을 들고 대좌 위에 앉아있는 일반적인 조선 후기 칠성도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와 같이 기연의 불화는 독특한 구도를 특징으로 한다. 스승인 천여의 화풍을 따르면서도 점차 구성에서 새로운 시도를 통한 참신함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기연이 수화승으로 작업한 불화 중에는 특히 지장보살도, 칠성도가 많아서 그가 하단탱화에 능숙한 화승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