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남인 이시선(李時善, 1625∼1715)이 중국사를 쉽게 살펴볼 수 있도록 증선지(曾先之)의 『십팔사략(十八史略)』과 강지(江贄)의 『자치통감절요(資治通鑑節要)』를 취사하여 삼황오제(三皇五帝)부터 명나라까지를 간략하게 정리한 중국 역사서이다.
저자가 보기에 『사기』·『자치통감』·『자치통감강목』등의 역사서들은 중국사를 공부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할 서적들이지만, 그 분량이 너무 많기 때문에 역사를 공부하는 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다. 이런 문제의식 위에서 태고사(太古史)가 잘 정리되어 있는 『십팔사략』과 내용이 볼 만한 강지의 『자치통감절요』를 적당히 취사하여 중국 역사를 정리한 것이다. 필사본만이 현전하고 있어서 간행의 여부는 알 수 없다.
35권 35책. 필사본. 1권 권두에 저자의 서문이 수록되어 있다.
삼황오제부터 명나라 영력제까지의 역사를 담고 있는데 삼국시대의 경우 유비의 촉한을 정통으로 삼는 등 철저하게 주희의 정통론에 입각해서 중국사를 정리하였다. 또한 전체 35권 중에 한나라를 다룬 부분이 7권, 당나라를 다룬 부분이 5권, 송나라를 다룬 부분이 6권, 명나라를 다룬 부분이 6권으로서 이들 왕조에 대한 비중이 가장 높다. 특히 명나라의 경우는 남명 영력제의 시기까지를 모두 다룬 반면, 원나라의 경우는 단 한 권으로 정리하였다. 편찬자의 대명의리 관념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명청교체 이후 조선의 지배층들은 당위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괴리되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로서 주희의 정통론을 강조하였다. 이는 정통론의 논리 속에서라면 청나라에게 정통의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 현실 이해가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본서 또한 주희의 정통론에 입각한 중국사서를 편찬하는 현상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업적이지만, 조선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읽히고 있던 『십팔사략』과 『자치통감절요』를 이용하였다는 점에서 독창성은 다소 떨어진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