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전지(詩箋紙)는 조선시대 문인, 학자 등이 지인들과 편지나 시를 주고받을 때 사용하였다. 조선 후기에는 대체로 개인이 집안에 시전판(詩箋版)을 소장하였다가 필요할 때 염료를 발라 종이에 찍어 시전지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받는 대상과 상황에 따라 적절한 문양을 사용하여 풍류와 감성을 시각적으로 담고 상대에 대한 그리움까지 전달하였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상류층에서 시전지를 사용하였는데, 17세기 초반까지는 종이의 전면에 산수나 인물 문양을 배치한 시전지를 주로 사용하였다. 현재 남아있는 이 시기의 시전지들은 선의 윤곽 및 색깔이 그다지 선명하지 않다.
16세기 초·중반부터는 죽책(竹冊) 문양 시전지가 등장하였다. 죽편(竹片)을 연결한 모양을 종이 전면에 배치하고 우측에 작은 문양이나 짧은 문구를 넣었다. 이후 17세기 중·후반에 들어서서 죽책 문양이 사라지고 우측의 문양이나 문구만 남은 시전지가 등장하였다.
19세기 이후에는 중국의 시전지가 수입되어 크게 유행하면서 크기는 엽서 2장 정도로 작아지고 규격화되었다.
시전지의 변화에 따라 시전판의 인쇄 방법도 달라졌다. 16∼17세기에는 종이 전면에 문양을 찍었기 때문에 크기가 크고 무거운 판목을 아래에 두고 그 위에 종이를 올려 찍는 방식으로 인쇄하였다. 19세기가 되면 시전지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종이를 아래에 두고 시전판을 위에서 찍는 스탬프 방식으로 변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