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tropical night, 熱帶夜)는 열대 지역과 같이 야간에도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정도의 고온 상태가 유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열대야를 정의하는 기온의 임계치는 지역마다 상이하다. 가령, 극지방과 가까운 북부 및 동부 유럽 지역에서는 야간 일최저기온이 20℃ 이상일 때를 열대야가 발생한 것으로 보지만, 아열대(亞熱帶) 지역에 속하는 미국 남부 대서양 연안에서는 27℃ 이상인 경우를 열대야가 발생한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이는 각 지역마다 기후 순응에 의해 사람들이 밤잠을 설칠 정도의 고온 현상이라 느끼는 기온 임계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에서는 일최저기온이 25℃ 이상인 경우를 열대야가 발생한 것으로 간주한다. 우리나라 기상청(氣象廳)의 경우에도 야간(저녁에 해가 지고 아침에 해뜨기 전까지)에 일최저기온이 25℃ 이상을 나타내는 고온 현상이 나타난 경우를 열대야라고 정의한다.
세계 각 지역마다 열대야를 발생시키는 종관 규모 이상의 기후 시스템은 상이하지만, 동아시아 몬순(monsoon) 기후대(氣候帶)에 속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대체로 한여름 동아시아 여름 몬순 전선(前線)의 북상과 아열대고기압(亞熱帶高氣壓) 확장 영향으로 주로 발생한다. 여름 장마 기간 동안 한반도 남부 또는 중부 지역에 자리 잡고 있던 장마 전선이 북한 또는 중국 북동부 지역으로 북상하고 그 후면에 북태평양 아열대고기압이 장기간 내습하게 되면 지면의 공기가 데워져 누적된다. 북태평양 아열대고기압이 한반도 중부 또는 남부 지역으로 수일 이상 정체하면 열역학적으로 승온(昇溫) 현상이 나타면서 열대야도 자주 발생한다. 이 시기는 대체로 7월 하순에서 8월 중순 사이 기간에 해당 되는데, 야간에 열대야뿐만 아니라 주간에는 폭염(暴炎) 현상도 자주 발생한다. 지역 규모에서는 북태평양 아열대고기압 이외에도 온대 저기압(低氣壓) 또는 열대 저기압이 한반도 주변을 지나갈 때 열대야 현상이 국지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이들 저기압이 수증기를 이류시킬 때 산맥을 타고 올라가면서 열역학 푄(Föhn)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바람받이 사면 지역에서는 강수 현상이 발생하면서 기온은 하강하지만, 반대쪽 비그늘 지역에서는 승온 현상이 나타면서 산맥을 경계로 열대야 발생 유무가 달라지게 된다.
최근 30년간(1991∼2020년) 우리나라 기상청 산하 종관기상관측소(ASOS)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발간한 『한국기후도』(기상청, 2021)에 따르면, 야간의 일최저기온이 25℃ 이상인 열대야는 제주도 및 남부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연평균 발생 빈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제주도에서도 산북 지역에 위치한 제주의 경우 열대아는 연평균 최소 18일 이상으로 우리나라에서 열대야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곳에 속한다. 물론 이는 장기간 평균값으로 특정 해에는 제주도에 50여일 이상 열대야가 발생하기도 한다. 초여름에는 제주보다 고위도에 위치한 대구광역시, 영남 내륙 대도시 지역이 공기가 건조하여 빨리 데워지면서 열대야가 먼저 발생한다. 반면, 비열이 큰 해수가 점차 데워지면서 열을 누적시키면서 늦여름으로 갈수록 해양으로 둘러싸인 제주도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연중 열대야 전체 발생 빈도뿐만 아니라 연속 열대야 발생 지속 기간도 한반도 남부 내륙 지역에 비해 증가하게 된다. 특히, 제주도에는 섬의 중심에 남한 최고봉인 한라산(1,950m)이 자리 잡고 있는데, 여름철에는 남서기류가 자주 유입되면서 서귀포 지역에는 강수 현상이 나타나지만 바람 의지 지역에 속하는 산북의 제주 지역에는 푄 현상으로 인한 고온 현상이 더해지면서, 열대야 발생 빈도가 서귀포 지역보다 더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한편, 『한국기후도』(기상청, 2021)에 따르면 전라북도 장수군은 장기간 연평균 열대야 발생 빈도는 2일 이하로 열대야가 가장 낮게 나타난다고 보고되었다. 한반도는 산지가 70% 이상이지만, 종관기상관측소는 해발고도가 낮은 분지 지역이나 인구가 많은 도시 지역에 주로 분포되어 있다. 따라서 실제 열대야의 발생 빈도는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산간 지역으로 갈수록 줄어들어 들게 된다. 해발 800m 이상의 지역에서는 야간 일최저기온 25℃ 이상을 나타내는 열대야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여름철 피서지로는 해수욕장보다는 고산 지대 마을이나 시원한 지하수가 흐르는 산간 계곡이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기상청에서는 일최저기온의 특정 임계치를 기준으로 열대야를 정의하고 있지만, 실제 야간에 무더워서 냉방장치를 사용하는 임계치(약 25℃)를 고려한다면 일최저기온이 기록되는 시점뿐만 아니라 야간에 각 시간별(예: 저녁 열대야, 심야 열대야, 새벽 열대야 등으로 세분)로 열대야 발생 빈도를 살펴볼 필요성도 있다고 판단된다. 특히, 21세기에 온실 기체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地球溫暖化)가 더 심화되는 시기에는 전례 없이 강한 열대야가 발생하므로, 이로 인한 온열환자(溫熱患者) 발생 급증에 대비한 경보 시스템도 마련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