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5일 광복과 함께 한글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을 계기로 불교계에서는 우리글로 불법의 가르침을 펴야 한다는 새로운 기운이 싹트기 시작했다. 더구나 한글로 된 불경이 거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불교의 가르침을 널리 펴기 위해서는 한글로 된 경전을 제작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그에 따라 1945년 12월 해동역경원(海東譯經院)이 최초로 성립하였고, 뒤를 이어서 호국역경원(護國譯經院), 홍법원역경회(弘法院譯經會) 등이 창립되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1962년 11월에 이르러 조계종의 주도로 대한불교조계종 역경위원회가 성립한 이후에야 비로소 지속적인 역경 사업의 기틀을 세우게 되었다. 1964년 7월에는 동국대학교에 동국역경원이라는 별도의 부속 법인을 설립함으로써 정부의 재정적인 뒷받침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역경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동국역경원은 역경 사업에 총 경비 1억 5,000만 원을 책정하며 30년이라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출범하였다. 동국역경원은 출범할 당시에 시대에 맞는 문체와 체제를 갖추고 난해하고 잡다한 술어를 통일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 해인사에 소장된 총 6,800여 권의 고려대장경(高麗大藏經)을 국역하여 한글대장경으로 간행함으로써 민족 문화를 발전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 것이다. 아울러 팔리어 경전과 역사적으로 유명한 고승(高僧)들의 언행록을 번역 간행하여 학계는 물론 일반에게 널리 알릴 계획도 수립하였다.
당시의 종정(宗正)이었던 효봉은 운허를 역경위원회 의장으로 위촉하였다. 역경위원회는 번역 · 증의(證義) · 윤문(潤文) · 기획 · 운영 · 유통 등 6개 분과 위원회로 구성되었으며, 총 60명의 분과 위원을 위촉하였다.
역경위원회에서는 여러 차례의 논의 끝에 역경 예규(例規)와 범자(梵字)의 한글 표기법 등을 정하였으며, 번역 용어 등을 통일함으로써 일관된 번역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심의를 거듭한 뒤에야 비로소 번역에 착수했다. 그리하여 1965년 6월에 한글대장경 제1집 『장아함경』 4,000부를 간행한 이래, 1976년에 고려대장경 영인본 48권을 간행하였고, 2001년에는 한글대장경 318권을 완간하였으며, 불교 관련 도서 300여 권을 간행하였다. 고려대장경을 완간한 이후에는 고려대장경에 포함되어 있지 않는 『한국불교전서』를 비롯한 그밖의 한문 불전 등을 한글로 번역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불교학술원 내에는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의 학위 과정인 한문불전번역학과가 설립되었다. 현재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한글대장경 개역 · 전산화 사업의 성과를 인터넷으로 서비스하여 누구나 어디서든 한글대장경을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고려대장경의 번역본인 한글대장경을 일반 대중들이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인터넷에 제공하고 있는데, 한글대장경을 고려대장경 원문과 함께 1:1로 연결하여 볼 수 있다.
그간의 역경 사업은 국가의 재정 지원에 의존해 왔다는 점에서 재정적으로 자립하지 못하였다. 아울러 전문적인 번역 요원을 양성하고 확보하는 것도 주요한 과제이다. 1984년 11월에 재단법인 동국역경사업진흥회가 설립되어 재정적인 안정을 도모하고 있지만, 물적 · 인적 자원을 확보하는 부분에서는 아직 괄목한 만한 성과가 없다.
동국역경원은 서울특별시 중구 필동에 있는 동국대학교 캠퍼스 외부의 충무로영상센터 안에 있으며, 교책 기관인 불교학술원에 소속되어 있다. 현재 2001년에 완역된 한글대장경 개정판 작업과 인터넷 대장경을 만드는 일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불경을 번역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불경을 인터넷으로 연결함으로써 젊은 불자들에게까지 불교의 진리를 전달하기 위해 인터넷 대장경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 동국역경원 누리집에서 인터넷 대장경 검색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현재 동국역경원의 사업은 번역 사업, 출판 사업, 전산화 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번역 사업은 한글대장경을 시대에 맞는 언어로 재번역하는 것은 물론 한문으로 된 한국의 불교 찬술 문헌을 수집하고 번역하는 사업이다. 출판 사업은 한문으로 된 불교 문헌을 번역해서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간행하는 사업이다. 전산화 사업은 한글대장경 개역 전산화, 불교 사전 편찬, 통합대장경 서비스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글대장경 개역 전산화는 2001년 완간된 한글대장경 318권을 전산화하여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불교 사전 편찬은 봉선사 운허 스님이 편찬한 불교 사전을 전산화하여 제공하는 사업이다. 통합대장경 서비스는 한글대장경과 고려대장경의 원문 이미지와 텍스트를 온라인에서 함께 제공하는 사업이다.